22년 5월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NFT Sales Are Flatlining(NFT 거래 급감이후 바닥 지속)"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NFT 거래 급감 현상을 분석했습니다. 이 글의 부제는 거래량 급감은 NFT 종말의 시작을 의미하는가(Is this the beginning of the end of NFTs)?입니다. WSJ답게 이 부제를 뒷받침할 근거도 풍부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거품이 한 번 빠지고 난 이후 다시 회복될 것이다' 또는 '거품이 한번은 빠지고 나야 그때야 비로소 탄탄한 성장이 가능하다'라며 낙관적으로 주장합니다. 그 근거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번 글에 NFT를 비롯 블록체인과 Web3에 대한 비판 흐름을 소개하고 이 비판에 대한 공감 및 반론을 담고자 합니다.

참고로 이 글을 읽기 전 Web3가 무엇인지 모르셔도 좋습니다. 이 글을 읽다보면 (대략!)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암호화폐, 블록체인, NFT, Web3를 소재로 다루고 있는 다소 긴 글입니다. 그러나 이 개념들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이 글이 주장하는 바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글을 시작하기 전 위에 소개한 WSJ 기사에서 근거로 제시한 수치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WSJ은 유료 매체이기에 접근이 불가능하신 분을 위함입니다.

아래 이미지를 보십시요. NFT의 하루(daily) 거래량-첫 째 이미지는 전체 거래량, 둘 째 이미지는 카테고리별 거래량-이 2021년 8월, 9월, 11월 초 크게 상승한 이후 88% 이상 급감합니다. 그리고 회복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NFT 거래 시장이 차갑게 식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출처: WSJ
출처: WSJ

이유는 다양합니다. 아래 글에서 분석한 것처럼 해킹 등 (1) 보안 문제도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P2E 대표 게임 (2) 엑시 인피니티(Axie Infinity)의 실패도 한 몫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최대 해킹 사건과 P2E 게임의 위기
P2E(Play to Earn) 게임의 대표주자 엑시 인피니티(Axie Infinity)의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해킹당해 6억2,500만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가 탈취되었습니다. 이미 P2E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발생한 대형 해킹 사고로 엑시 인피니티는 극복하기 어려운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 여파가 NFT 게임 전반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
NFT 게임 & P2E의 실패 원인 분석: P2E는 사기??
게임도 하고 돈도 버는 이른바 P2E(Play to Earn) 게임의 대표주자 엑시 인피니티(Axie Infinity)의 적극 이용자 수가 축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비판론자는 NFT 게임은 작동할 수 없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습니다. 이 글은 P2E 게임 생태계 및 비즈니스 모델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며 개선 방향은 무엇인지 분석하고자 합니다. 암호화폐

NFT가 불러온 크립토 문화전쟁

이 글을 읽는 Exciting f(x) 독자 중 'NFT 그리고 Web3 나아가 암호화폐 전반에는 거품이 끼어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다수일 겁니다. 이 분들 중 일부는 4개월 전에 발행된 아래 영상을 보셨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위 영상 왼쪽 하단의 "다음에서 보기: YouTube"를 클릭해서 데스크탑으로 보시면 한글 자막이 있습니다.

저는 이 영상을 본 이후 댄 올슨(Dan Olson)의 팬이 되었습니다. 약 140분 길이의 이 영상을 개인적으로 2022년 유튜브 최고의 영상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140분이면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의 1968년 영화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A Space Odyssey)와 같은 길이입니다. 큐브릭은 걸작 오디세이에 1960년대라는 시대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유인원 인류의 시작부터 인공지능과 목성 탐사까지 인류 (미래) 역사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댄 올슨은 위 영상 The Problem with NFTs에서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의 탄생부터 NFT와 Web3 진화까지의 흐름을 날카롭게 그리고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댄 올슨은 이 영상을 통해 그가 블록체인, NFT 및 Web3를 얼마나 싫어하는지를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말해 댄 올슨은 위 영상에서 NFT 지지자의 논리와 2007년-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일으켰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기반 다양한 채권을 남발한 월스트리트의 논리사이에 존재하는 유사성을 매우 치밀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댄 올슨의 이 영상은 크게 두 가지의 성과를 가져왔습니다. 첫 째 이 영상은 지금까지 존재하는 암호화폐에 대한 비판 중 가장 뛰어난 비판입니다. 올슨은 풍부한 조사에 기반해 영상 내용을 구성했고 영상 대부분에서 올슨은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상 시청자가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없어도 블록체인, 암호화폐, NFT 그리고 Web3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댄 올슨은 영상 내용을 (쉽고) 알차게 구성했습니다. 암호화폐 찬성 진영에서도 이 영상에 대한 찬사가 있을 정도입니다. 암호화폐 전문매체인 The Defiant의 로빈 슈미트(Robin Schmidt)는 다음과 같이 이 영상을 극찬하고 있습니다.

내가 만약 암호화폐에 대해 회의적이라면, 이 영상은 내가 만들기를 희망하는 바로 그것이다(If I were a skeptic, this is exactly the film I would have hoped to have made).

두 번째 성과는 올슨의 영상이 2021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이른바 암호화폐 문화전쟁(Crypto Culture War)을 메인스트림으로 만드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점입니다. 댄 올슨에 따르면 NFT는 쿨하고 힙한 미래 기술도 아니며 그렇다고 터무니없는 장난질도 아닙니다. 그에 따르면 NFT는 (의도와 무관하게) 디스토피아를 추구하는 테크노크라시의 핵심 무기 또는 핵심 구성 요소입니다. 올슨의 이 영상은 22년 1월 22일 발행된 이후 4개월도 지나지 않았는데 7백만 이상의 뷰 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올슨의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 만큼 올슨의 시각은 크립토 반대 진영의 힘을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과거 블록체인 반대 진영의 대표 논리가 "그건-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약속하는 미래는- 불가능한 일이야. 그런 일이 일어나든 아니든 난 관심없어"였다면 이제 반대 논리는 "그런 일이 가능할 수도 있어, 그래서 우리는 적극적으로 이를 막고자 한다"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 반대진영의 진화에 올슨의 영상이 불을 질렀습니다. 예를 들면 트위터 계정 Crypto Bros Taking Ls는 크립토 진영 또는 크립토 기술의 나쁜 행적과 이미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댄 올슨의 영상처럼 쏟아지고 있는 다양한 논쟁 글과 영상은 (최소한 영미권에서는)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2021년 하반기부터 NFT뿐 아니라 크립토 기술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크게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2014년 슬로우뉴스에 비트코인이 가질 수 있는 의미를 주장한 이래로 블록체인 기반 기술에 작지 않은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까지 크립토 전반에 대한 긍정적 생각을 가진 경험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떠한 암호화폐와 NFT도 지금까지 소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크립토라는 복잡하고 거대한 기술 영역을 싸잡아서 사기라고 비판하는 태도는 비생산적이며 오히려 크립토 비판 진영을 (중장기적으로) 비논리적인 집단으로 발전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블록체인에 대한 쉬운 이해 - 슬로우뉴스
이코노미스트는 2015년 10월 31일 블록체인에 대한 기획기사를 발행했다. 그 제목은 ‘신뢰 기계‘(The trust machine)다. 인간 사회의 신뢰를 기계가 대신할 수 있다는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매우 간결한 제목에 담았다. 기계가 사회 신뢰를 가능케 하는 정부, 법원, 은행, 학교 등 사회 기관(institute)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공상과학 같은 주장이다. 그러다 보니 블록체인에 환호하는 사람도 많다.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그럼 이제부터 크립토, NFT 및 Web3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의미와 크립토 진영이 경청해야할 비판은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댄 올슨의 영상에 담겨 있는 크립토 비판 논리, 특히 NFT가 가지고 있는 두 가지 문제점을 소개하고 동시에 이에 대한 반박도 담아내겠습니다. 이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 일반을 먼저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장 먼저 Web3가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순서로 제 논리를 구성하겠습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이 글의 제목에서 느끼실 수 있는 것처럼 저는 크립토 및 NFT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2022년 초기부터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크립토 또는 NFT 프로젝트에는 많은 수의 사기와 투기를 유도하는 프로젝트가 존재하지만 동시에 긍정적이고 미래를 바꿀 프로젝트 또한 작지 않다'가 제 입장입니다. Web3로 인해 언젠가(!) 가능한 시나리오가 무엇이며 긍정 사례가 확산되기까지 무엇이 필요한지 주장하는 것으로 이 글의 끝을 맺겠습니다.

웹3(Web3)는 무엇인가

웹3는 크립토 커뮤니티가 주장하는 '미래의 인터넷은 이래야 한다'는 복수 제안의 집합 개념입니다. 웹3 개념에는 should가 강하게 담겨있기에 웹3는 인터넷의 합법칙적 진화 방향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웹3 진영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인터넷은 Web 2.0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웹3의 핵심은 탈중앙화 기술의 전면적 적용입니다. 현재는 구글,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이 디지털 경제의 과실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웹3에서) 탈중앙화 기술, 다시 말해 크립토 기술은 예술가, 개발자 그리고 이용자가 인터넷의 운영과 소유에 참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암호화폐와 NFT를 적극 사용돼야 합니다. 암호화폐와 NFT의 추상적 의미는 거래 가능한 디지털 재화입니다.

NFT 잠재력 분석: 공정한 가격은 없다
NFT 열기가 뜨겁습니다. NFT의 성장 잠재력과 그 발전 방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NFT 특성에 대한 (풍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NFT 세계에 과장 및 사기가 함께 존재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NFT 사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NFT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절실합니다. 이 글이 탄생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또한 이 글에 소개되는 두 개의 서비스 사례-Royal과

NFT의 첫 번째 문제와 반론

댄 올슨에 따르면 NFT에는 두 개의 문제가 존재합니다. 첫 번째 문제는 디지털 재화 그 자체의 개념에 있습니다. 디지털 재화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때의 채권처럼 거대한 투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NFT는 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이 올슨의 주장입니다. 아래는 저의 반론입니다. 물론 NFT를 둘러싼 투기 시장이 형성되었다는 주장에는 동의합니다.

웹3가 작동하기 위해 디지털 재화는 본질적 요소입니다. NFT없는 웹3는 불가능합니다. 웹3 세계에는 코드(code) 행간에 가치(value), 의미(meaning) 그리고 역사가 담길 수 있습니다. 부산 남포동 건축물에, 어린 조카가 선물한 손편지에, 군산 초원사진관에 가치와 역사가 담겨있듯 코드는 가치, 의미 그리고 역사를 가질 수 있습니다. 코드가 디지털 재화입니다. 이 주장은 20년 전 말도 안되는 헛소리였습니다. 이 주장은 오늘 흥미롭게 들릴 겁니다. 이 주장은 앞으로 20년 후에 자연스러운 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코드를 디지털 재화로 바꾸는 것, 바로 이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 NFT입니다. NFT는 컴퓨팅 코드를 소유할 수 있게하고, NFT는 코드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게합니다. 그리고 NFT는 이 두 가지 기능을 통해 코드를 거래 가능한 디지털 재화로 만듭니다.

NFT의 가치는 원숭이 그림에 있지 않습니다. NFT는 코드(code)를 거래 가능한 (디지털) 재화로 만듭니다. 이것이 NFT가 가질 수 있는 진정한 가치입니다. (by 강정수)

여기에 세상을 흥분시키는 표현은 "거래 가능한(tradable)"입니다. NFT 기술은 (원래) 디지털 소유권을 확인하는 코드에 불과합니다. 이 디지털 소유권(또는 디지털 소유의 희소성)으로 인해 원숭이 그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디지털 예술 작품의 가치가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NFT를 매개로 거대한 투기 시장이 형성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의심스러운 거래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내부 거래는 말할 것도 없고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이른바 작전(세력)도 존재합니다. 수 많은 대중 스타와 인플루언서가 한몫 챙기려는 의도로 또는 마케팅 목적으로 NFT 세계에 발을 디디고 있습니다.

지미 펄론(Jimmy Fallon)이 패리스 힐튼(Paris Hilton)의 Bored Ape을 보여주는 The Tonight Show

다양한 암호화폐에 투기시장이 예외없이 찾아왔던 것처럼, NFT를 둘러싸고 투기시장이 형성된 것은 새롭지 않습니다. 지난 몇 년동안 우리는 크립토 백만장자, 다시말해 크립토 또는 크립토 거래소 창업으로 말그대로 떼돈을 번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들 대다수는 (감각적으로) 적절한 시기에 비트코인 및 기타 코인 거래시장에 뛰어 들었기 때문에 거대한 행운을 거머쥘 수 있었습니다. GAZUA!라는 표현에는 시기를 놓친 이들의 간절한 바램이 담겨있습니다.
크립토 백만장자에 대한 뉴스와 그들이 얻은 행운에 대한 소식은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으로 결과합니다. 이 FOMO가 크립토 가격을 다시 위로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Beware the FOMO Bullies of Technology
Are we living through a replay of the ’90s, when most people just didn’t get “this internet thing”?

2022년 미국 슈퍼볼 (중간)광고에 등장한 다양한 크립토 및 크립토 거래소 광고의 핵심 메시지는 동일합니다. '여러분이 이번 기회도 놓친다면 곧 쏟아질 돈벼락을 온몸으로 맞을 기회를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규제를 받지 않는 (NFT 포함) 크립토 투기시장에 거대한 양의 돈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다행히 이 중 (아주 작은) 일부가 예술가 및 (NFT 세계관) 작가에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물론 유명인을 앞세운 허황된 NFT 프로젝트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작지 않은 수의 사람은 영끌을 감행하며 이 위험한 투기시장에 (뒤늦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크립토 투기시장에서 탈탈 털려 생존의 위협을 느끼며 절망스러운 상황에 빠져있는 사람의 수가 얼마인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안타까운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라는 점에 일말의 의심도 없습니다. 크립토 시장은 (아직까지 결코) 안전한 자산시장이 아닙니다. 크립토 시장은 단 몇 분만에 40%의 시가총액(Market Caps)이 날라가는 무서운 시장입니다.

The Mental Health Crisis Afflicting Crypto Investors
The stress and anxiety that goes with funneling your life savings into a volatile market is no joke.

크립토 시장이 범죄집단에 의해 악용되는 사례도 종종 접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일부에선 암호화폐, NFT 그리고 웹3를 사기 및 범죄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크립토 자산을 매개하여 도덕적으로 의심을 받는 방식으로 큰 돈을 번 경우가 다수 존재하다는 점과 FOMO 심리로 특히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이 빚더미에 올라앉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크립토 기술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라고 주장할 순 없습니다. 잘못된 논리입니다. FOMO로 영끌하는 사람은 주식시장에도 다수 존재합니다. 의심스러운 방식으로 큰 돈을 번 사례는 미술시장에도 넘쳐납니다. 2007년-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월스트리트의 모럴 해저드를 웅변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는, 아니 최소한 저의 페이스북 피드에는 유튜브 채널의 명성(?)을 이용해 지혜를 약속하는 세미나와 강좌 광고가 가득찹니다. 양자컴퓨터를 신비화하며 관련 테마주를 홍보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예외적으로 양자컴퓨터 테마주를 비판하는 아래 영상에는 작지 않은 악풀이 달리고 있습니다 ㅎ).

스마트폰은 몇 초안에 수 백만원 아니 수 천만원, 수 억원을 이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기능이 존재하는 이상 인터넷에서 사기꾼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투기시장과 피리미드 사기는 크립토 또는 NFT에 제한된 현상이 결코 아닙니다.

이러한 투기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은 (1) 시민 개인의 미디어 리터러시 강화와 (2) 정부 규제입니다. 그러나 NFT를 금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NFT를 투기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MP4를 폭력과 차별을 선동하는 유튜브 영상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닮은꼴입니다. NFT 존재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디지털 재화의 거래 자체를 반대하는 것과 동일합니다. 웹3 반대 논리에 종종 등장하는 것은 웹3 진영이 인터넷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거래 가능한 디지털 재화로 만들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이 주장에는 현재 인터넷에는 NFT보다 못한 디지털 재화가 넘쳐난다는 판단도 함께 담겨있습니다. 로브록스에는 다양한 컬렉션 시장(Collectibles Market)이 존재합니다. 프라다와 구찌 가방이 청소년과 아이들에게 판매되고 있고 로브록스는 이 거래에서 30%(!)의 수수료를 챙기고 있습니다. 웹3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 예단하는 것은 현재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최소한 지금의 로블록스보다는 상황이 좋을 것입니다. 로블록스에서 판매되는 프라다 또는 구찌 가방은 로블록스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프라다 또는 구찌 가방이 NFT 형식을 취한다면 로브록스 경계를 벗어날 수 있고 30% 수수료는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NFT의 두 번째 문제와 반론

댄 올손이 제기하는 NFT의 두 번째 문제는 웹3 및 NFT 기술은 다른 곳에 사용이 불가능한 거대한 무질서 덩어리(clusterfuck)라는 점입니다. 저는 올손의 이 주장에 동의합니다.

2022년 2월에 바이럴되었던 아래 트윗을 보십시요.

이 트윗을 비꼬는 아래 트윗도 흥미롭습니다. 😁😁😁

기술 지식이 특별하게 없는 사람이 웹3, NFT 등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며, 매우 짜증나는 일입니다. 이더리움 거래비용은 상당히 높습니다. 이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의 UI와 UX는 ... 1980년대 초반 포니(pony) 자동차 수준입니다. 2021년 OpenSea를 방문했을 때 받았던 허접하다는 인상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여기에 다양한 사기 사건과 해킹 소식이 끊이질 않습니다. 댄 올손의 영상에 나오는 아래 문장은 너무나 타당합니다.

“Every smart contract becomes a self-rewarding bug bounty where the payout is whatever apes and coins you can grab before anyone notices”.
(의역하면) (스마트 계약서 상에 있는) 아주 작은 코드 실수를 이용해 누군가 디지털 자산을 탈취하려 한다면 이 작은 코드 실수가 치루어야할 대가는 어마무시합니다.

실제 P2E 게임 엑시 인피니티의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해킹당해 발생한 손실금은 무려 6억 2,500만 달러입니다. 해킹과 사기 사건이 발행한 이후 원소유주가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기술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 허접한 UX, 보안에 취약한 기술 등의 문제를 댄 올손은 "탈중앙화의 대가 또는 비용"이라고 주장합니다. 마치 탈중앙화된 서비스는 후지고 단순하고 이용하기 어렵고 불투명한 운명을 타고난 것처럼 묘사됩니다. 그러나 저는 이 논리 구조는 거꾸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인터넷에서) 소프트웨어를 이야기할 때 일반적으로 두 가지 종류를 구별합니다. 하나는 앞단(frontend)고 다른 하나는 뒷단(backend)입니다. 단순화하여 정의하면, 앞단(frontend)은 이용자가 보고 있는 것을 말하며 뒷단은 개발자가 보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2000년대 초반 저는 싸이월드 독일어 카피캣을 만들기 위해 창업을 했습니다. 기획자로 일하기 위해 학교에서 배운 컴퓨터 언어 코볼(COBOL)은 큰 도움이 되지 않아 HTML과 CSS 그리고 UML을 배웠습니다. 그런데 이 CSS가 일상 생활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당시 독일 인터넷은 고속 인터넷이 아니라 ISDN 중심이었습니다. 이미지가 다수 있는 웹페이지를 온전하게 보기 위해서는 과장을 조금 보태면 담배 한 대 피우고 와도 괜찮은 시간이 걸립니다. 당시 독일에 유행했던 서비스는 마이스페이스(MySpace)입니다. 자신의 마이스페이스를 (느려터진) ISDN을 통해 방문하는 친구를 위해 CSS로 프로필 페이지를 바꾸는 것은 당시 인터넷 기초 예절에 속했습니다. 당시 (일부) 인터넷 서비스는 이용자가 Frontend를 통해 Backend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허용했던 겁니다. MySpace는 해커의 온상이었습니다.

MySpace의 뒤를 이은 서비스가 페이스북입니다. 페이스북에서 이용자가 코드를 만지는 것은 불가능해졌습니다. 그 대신 페이스북은 이용자 모두에게 동일한 디자인을 제공했습니다. 한국 이용자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많은 페이스북 이용자는 서비스 초기에 '페이스북은 안전해'라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저는 지금 마이스페이스에서 페이스북으로 서비스가 진화한 지난 30년의 과정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해서 묘사하고 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플랫폼 서비스는 Frontend와 Backend사이에 다양하고 수많은 보완 및 안전 장치를 설치해 왔습니다. 동시에 플랫폼 서비스는 더욱 단순화되었고 유연함을 상실했고 플랫폼은 서비스 주변에 높고 강력한 담장을 설치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일반 이용자는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코드를 알 필요가 없습니다. 이것이 지난 30년 인터넷 서비스 진화의 결과입니다. Frontend와 Backend사이에 더욱 많은 안전 및 보완 장치가 설치될 수록, 이용자 경험(UX)은 더욱 단순해지고 더욱 안전해지고 그리고 더욱 이해하기 쉽게 발전했습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기 인터넷 서비스는 젊은이들이 주로 이용할 수 있는 어려운 서비스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70대 및 80대도 큰 어려움없이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스마트폰에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서비스가 점점 이용하기 쉽게 되는 과정에서 플랫폼 사업자는 거대한 규모로 성장해 왔습니다. 이른바 가두리 양식장이라는 평가를 받는 플랫폼 서비스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개방형 서비스와 열린 시스템은 보완과 이용자 편이성을 위해 희생되고 왔습니다. 애플은 보완과 안전에서 앱스토어의 높은 수수료의 근거를 찾고 있습니다.

Apple’s App Store fees are “highway robbery,” says House Antitrust Committee chair
Less than a week before WWDC, all hell is breaking loose in Apple’s developer relations.

이렇게 지난 30년의 인터넷 서비스 발전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웹3(web3)가 등장한 겁니다. 웹 3는 지금까지 작동했던 모든 규칙에 새로운 질서와 의미를 부여하고자 합니다.

이용자 개인이 웹3 기술로 무언가를 하려한다면 이는 이용자가 다시 Backend와 가까워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만큼 웹3는 보안에 취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30년간 쌓여왔던 다양한 안전과 보안 장치는 웹3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더(ETH)를 구매하기 위해 메타마스크 지갑(Metamask Wallet)을 설치해야 합니다.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일부 이용자가 허접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웹3 웹사이트(예: PleasrDAO)를 일부 이용자는 창의적이라고 평가합니다. 이 웹3 웹사이트는 기존 UI/UX 관습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웹3의 Frontend와 Backend에도 웹3에 고유한 안전과 보안 장치가 들어설 것입니다. 앞으로 웹3 서비스 중 성공한 사례가 나온다면 이는 현재 인기있는 서비스(앱)처럼 매우 가볍고 심플하며 친절한 UX를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웹3 생태계는 Backend에서 문제를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Frontend에서 큰 한계를 그리고 Frontend와 Backend사이에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웹3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운영하는 기업은 사라지는 것이냐고 많은 분들이 묻습니다. 그러한 기업이 존재한다 이는 탈중앙화가 아니지 않느냐고 질문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동시에 긍정과 부정입니다.

웹3에서도 현재 테크기업처럼 중앙 조직화된 플레이어는 분명하게 존재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플레이어 또는 기업은 서로서로 비교받고 경쟁하도록 강요받습니다.  예를 들어 개별 이용자는 하나의 유일무이한 계정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죠. 이 계정 정보를 가지고 쿠팡도 이용하고, 11번가도 이용하고, 아마존도 이용하고, 알리바바도 이용하는 꼴입니다. 서비스 마다 회원가입을 통해 개정을 만드는 일이 필요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업 경쟁은 격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업의 혁신 압력은 증가합니다. 웹3에서 디지털 시장에는 아날로그 시장과 비교할 수 없을 수준의 경쟁 압력이 발생합니다. 현재 디지털 시장에 비해서 경쟁 압력은 조금이나마 증가합니다.
토큰에 기초한 웹3 커머스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웹3 서비스에서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존 등 커머스 기업은 보다 좋은 제품과 낮은 가격뿐 아니라 더 좋은 UI/UX, 더 개선된 노동조건 등으로 경쟁해야 합니다. 소비자의 이동성이 매우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웹3의 (미래) 가능성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 및 인사이트는 아래 글을 추천합니다.

The Web3 Debate
Rebutting Prof G’s Web3 Rebuttal

카프카의 변신과 웹3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침대에서 눈을 뜨고 벌레로 변해 버린 자신을 깨닫습니다. 미래학자 다수 그리고 크립토 및 웹3를 광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은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논리에 푹 빠져있습니다. 이들은 메타버스, 양자컴퓨터, 웹3 등을 어느날 갑자기 우리 앞에 놓일 현실처럼 선전 또는 판매합니다. 마치 오늘의 (유무선) 인터넷 생태계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처럼 말입니다.

웹3가 어떻게 실현될지 아직 논쟁이 한참입니다. 웹3 관련 프로세스는 아직 매우 천천히 작동 중입니다. 그리고 이 논쟁과 프로세스에 대해 절대 다수의 이용자는 이해하지도 못하고 이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웹3가 언젠가 정말 실현된다면 웹3는 지금의 문화전쟁 논쟁처럼 트위터와 블로그에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서비스로 우리 앞에 다가올 것입니다. 그 때 70대의 제 어머니도 이 새로운 서비스가 웹3위에 만들어진 서비스라고 인식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서비스이며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