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약국은 이커머스 시대 어떻게 진화할 수 있을까요?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처방약 배송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반려동물 처방약 배송 서비스도 시작되었습니다.

아마존 약국 서비스에 도전장 던진 퀵커머스

아마존은 2020년 11월 아마존 파머시(Amazon Pharmacy) 서비스를 미국에서 시작했습니다. 아마존 파머시는 아이허브(iHerb)와 같이 처방전이 필요없는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으로부터 처방전 데이터를 받아 처방약을 고객에게 직접 배달하는 가상 약국 서비스입니다. 가상 약국 서비스가 먼저 활성화된 지역은 유럽입니다. 유럽을 대표하는 가상 약국 서비스 기업  샵 아포테케의 2020년 매출은 1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관련 유럽 시장 상황은 아래 글을 참조하십시요).

처방전 약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면?
병원에서 발급되는 처방전이 인터넷으로 특정 약국으로 전달되고 이 약국에서 약을 구매하는 것은 한국에서 가능합니다. 그러나 처방전이 ‘온라인’ 기업에 전달되어 고객의 집으로 배송되는 서비스는 (아직) 한국에선 불가능합니다. 유럽에선 처방 약 배송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법원 판결, 청원 등 전통 약국과 온라인 사업자 사이에 다양한 갈등이 있었지만 유럽에선 처방전 약의 온라인 구매가 가능합니다.

퀵커머스 대표주자 고퍼프(GoPuff)가 처방약 배달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런데 고퍼프(GoPuff)는 아마존 퍼머시와 다르게 가상 약국을 운영하지 않고 전통 오프라인 약국에서 처방약을 받아 고객에게 배송합니다. 다시말해 처방약 배송 전문 서비스를 시작한 것입니다.

New docs show Gopuff, the skyrocketing $15 billion delivery startup, has quietly moved into prescribing and delivering prescription medication
The delivery unicorn, with a valuation of $15 billion, is pushing into healthcare and delivering prescription drugs, new documents reveal.

처방약 배송 시장에 뛰어든 것은 퀵커머스 기업 고퍼프만이 아닙니다. 인스타카트(Instacart)는 코스트코(Costco) 체인 약국과 이미 2020년 4월부터 협업을 시작했습니다. 음식 배달 전문 기업인 DoorDash, Uber Eats도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지 오래입니다. 온라인 처방약 시장은 반려동물 처방약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PetSmartChewy 뿐 아니라 월마트의 WalmartPetRx 등이 반려동물 온라인 처방약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PetSmart launches online pharmacy
The retailer has partnered with a veterinarian company to handle prescription orders across the country.

그렇다면 온라인 또는 가상 처방전 시장의 경쟁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전통 약국은 왜 퀵커머스와 협업을 시작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생겨납니다.

전통 약국을 대체하는 플레이어 vs. 전통 약국과 협업하는 플레이어

현재 온라인/가상 처방전 시장의 플레이어는 크게 두 가지로 구별될 수 있습니다. 첫 째가 유럽의 샵 아포테케 그리고 아마존 파머시처럼 약국을 대신해서 처방전에 따라 약을 제조해서 배송까지 하는 서비스 기업입니다. 이 집단에는 기업가치 10억 달러(=유니콘)를 기록한 Capsule 그리고 전통 헬스케어 기업 Anthem에 인수된 Zipdrug이 속합니다. 이 플레이어와 전통 약국 사이에는 잠식효과(Cannibalization)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마존 파머시는 전통 약국에 비해 가격이 저렴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까운 시일내로 가상 처방전 서비스가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입니다. 이 갈등을 해결할 정치적 능력을 아직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두 번째 플레이어는 전통 약국과 협업하는 처방전 배송 서비스입니다. 퀵커머스, 음식 배달 등의 배송 전문 서비스 기업이 여기에 속합니다. 배송 서비스 기업이 처방약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 낮은 이윤율을 개선하기 위해 배송 아이템 확장을 꾀하는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들 기업이 광고 시장에 뛰어든 이유도 이윤율 개선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 처방약은 썩거나 쉽게 상하지 않는 제품입니다. 예를 들어 A는 신선제품 배송을 주문합니다. A와 인근에 거주하는 B는 처방약 배송을 주문합니다. 이 때 배송 기업은 B에게 약을 배송하며 인근에 있는 A에 추가 비용 없이 신선제품을 배송할 수 있습니다. 배송 기업에게는 신선제품 배송에서 추가 비용이 발송하지 않도록 하는 다른 아이템 배송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아이템이 많을 수록 신선제품 배송비를 낮을 수 있고, 그 만큼 신선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 배송 아이템 번들링을 통한 비용 (절감) 효과를 추구한다는 맥락에서 우버가 뷰티 제품 배송을 시작한 점, DoorDash가 Bed Bath & Beyond 배송에 나선 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Uber: Beauty’s next retail channel
As Uber looks to expand its business through delivery services and special member-only offers, partnerships with beauty brands are in its sights. But creating win-win deals isn’t easy.

마지막으로 전통 약국이 배송 서비스 기업과 협업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샵 아포테케, 아마존 파머시, Capsule 등 가상 약국 서비스에 대한 대항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전통 약국이 사라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샾 아포테케가 보여주는 놀라운 매출 성장 속도, 22년 초가 되어야 알 수 있는 아마존 파머시의 실적, Capsule의 성장을 등을 고려해 2022년에는 전통 약국의 수명을 예측하는 일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