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치 픽스(Stitch Fix)는 2011년 창업하여 2017년에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패션기업입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하여 (특히 패션에 무관심한 사람을 위한) 개인화된 스타일링 추천 서비스입니다. 스티치 픽스 창업팀은, 개별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신상품을 인공지능으로 추천하는 일이 패션 고관여층을 대상으로 효과를 보기 어렵지만 바쁜 업무로 쇼핑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여성 및 임산부에게는 충분히 효과가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스티치 픽스가 창업한지 10년이 지났습니다. 인공지능은 패션산업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요?
스티치 픽스의 스타일 추천 작동방식: 알고리즘과 인간의 협업
스타일링 추천이 작동하는 방식은 아래 그림이 압축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 (왼쪽 빨간 영역) 제품 Inventory는 두 가지로 구성됩니다. 첫 째 Beyond Yoga, LNA 등 외부 브랜드와 둘 째 자체 브랜드(PB) 입니다. 데이터팀에서 Inventory를 관리합니다.
- (오른쪽 초록색 영역) 고객이 스티치 픽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질문지에 답해야 합니다. 이 질문지는 고객의 사이즈, Fit & Cut(몸에 끼는 정도, 길이, 노출 등에 대한 선호도)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질문지는 기계학습(ML)의 대상입니다. 이 정도 데이터로 개인화 추천은 할 수 없습니다. 스티치 픽스에는 2021년 1월 기준 약 5,800명의 스타일리스트가 일하고 있습니다. 질문지 분석 데이터를 보고 스타일리스트가 개별 고객에게 (예) 5개의 아이템을 골라 박스 포장에 담아 고객에게 이를 보냅니다. 고객은 이 중 일부/전부를 선택하고 선택하지 않은 아이템은 사유를 적어 반송합니다. 그럼 이 반송 정보는 고객 취향 분석 데이터로 활용됩니다.
스타일리스트 5,800명, 고객 3백90만 명 그리고 스타일리스트를 도와주는 소프트웨어, 이 소프트웨어가 작동하는 것을 돕는 145명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이것이 스티치 픽스의 핵심입니다. 스티치 픽스는 이 소프트웨어를 인공지능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2020년 총매출은 18억 달러입니다.
스티치 픽스의 목표는 고객 수를 늘리면서도 스타일리스트 수를 크게 낮출 수 있도록 인공지능의 효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고객의 (패션) 취향 데이터 뿐 아니라 구매 이력 데이터(=만족도)가 누적된다면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참고로 가능하다면 많은 고객 데이터를 구하기 위해 스티치 픽스는 페이스북 로그인을 유도하고 마케팅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스티치 픽스가 기업공개를 한 2017년 전후에도 스티치 픽스는 인공지능으로 패션산업을 혁신하고 있다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T Times가 스티치 픽스와 당시 기대감을 잘 정리하고 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스피치 픽스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스티치 픽스의 2016년 매출은 9억 7,700만 달러입니다. 2020년 매출이 18억 달러이니 스티치 픽스는 지난 4년간 훌륭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스티치 픽스의 맞춤형 스타일 추천 서비스도 작동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고객 수를 흥미롭습니다. 2017년 7월 말 기준 적극 고객(active clients) 수는 2,194,00 명입니다(출처: SEC 제출 자료). 그런데 2020년 말 그 수는, 그 사이 시장을 영국으로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3,90만 명입니다. 매출이 4년 사이 약 2배 증가할 때 적극 고객은 2년 반 사이에 2배 증가한 것입니다. 요약하면 고객 수 1인당 평균 매출의 증가폭은 (매우) 작습니다.
2016년 말 기준 스티치 픽스의 스타일리스트 수는 3,000명,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수는 75명입니다. 2020년 말 스타일리스트 수는 5,800명,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수 145명입니다. 매출 약 2배, 적극 고객 2배 증가를 고려한다면 스타일리스트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서 스티치 픽스는 규모의 경제(scalability) 효과를 (아직) 얻고 있지 못합니다. 2020년 1,100만 달러의 적자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용자 스스로가 선택하는 것이 아닌 (스타일리스트의 도움을 받은)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방식의 패션 쇼핑은 아직까지 경제적 효율성이 높다고 볼 수 없습니다. 물론 인공지능 추천 방식은 경제적 효율성이 낮다라고 규정할 순 없습니다. 인공지능이 진화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검색창이 없는 패션 쇼핑 서비스
스티치 픽스는 21년 9월 5개 이상 이상의 추천 아이템을 박스에 담아 구독 고객에게 보내는 방식외에도 고객이 스티치 픽스 웹사이트/앱에서 개별 아이템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Freestyle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Freestyle로 제공되는 아이템을 구입하기 위해서 고객은 여느 D2C/DTC 서비스처럼 퀴즈를 풀어야 합니다. 또는 퀴즈를 풀어야 회원 가입이 가능합니다. 이 퀴즈를 분석하여 스티치 픽스의 인공지능은 고객에게 패션 아이템을 추천합니다. 스티치 픽스는 자신의 인공지능의 성능을 믿기에 검색창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검색창을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는 중국의 핀둬둬(Pinduoduo)입니다.

핀둬둬와 스티치 픽스의 공통점은 기계와 인간이 공동작업을 통해 추천 피드를 구성한다는 점입니다.
- 스티치 픽스는 기계-추천 알고리즘-와 인간-스타일리스트-의 공동작업을 통해 이용자 피드에 패션 아이템을 추천합니다.
- 핀둬둬는 기계-추천 알고리즘-와 인간-핀둬둬 이용자 및 이용자 제작 콘텐츠-의 공동작업을 통해 이용자 피드에 상품 아이템을 추천합니다.
스티치 픽스의 검색창 없는 추천 서비스는 이제 막 시작했기에 그 효과를 이야기할 순 없습니다. 핀둬둬의 효과는 막강합니다. JD.com을 누르고 알라비바를 바짝 쫓고 있는 핀둬둬의 성공에는 추천 피드의 역할 또한 작지않기 때문입니다.
제 개인 의견은 스티치 픽스보다 핀둬둬의 접근법에 손을 들고 싶습니다. 커머스에서 데이터 사이언스는 필수 조건입니다. 측정 가능한 모든 것을 측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측정할 수 없는 다양한 요소를 이용자가 아닌 스타일리스트라는 전문가에 위임하는 방식은 작지않은 기회비용을 동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