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챗(Snapchat)은 한국에서 아직 대중성을 얻고 있지 못한 서비스입니다. 경영 위기를 경험했던 스냅쳇은 틱톡의 숏폼 영상을 전면 수용하면서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에서 틱톡이 금지당하자 스냅챗은 인도 1위 숏폼 서비스로 성장했습니다. 보낸 메시지가 확인 후 최대 10초 안에 사라지는 서비스로 2010년대 미국 10대 및 20대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스냅챗은 숏폼 영상으로 미국 20대 및 30대에서 다시 인기를 회복했습니다. 스냅챗을 운영하는 회사 스냅(snap)의 2022년 1/4분기 실적 또한 놀라운 수준입니다. 매출이 전년도 동기간 대비 38% 성장했습니다. 2016년 Spectacles라는 이름의 AR 안경 판매를 시작하면서 하드웨어 시장에 뛰어든 스냅은 2022년 4월 28일 Meet Pixy라는 이름의 셀카 찍는 드론을 선보였습니다. 프랑스와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할 이 드론은 스냅챗에게 북미 및 유럽에서 인스타그램을 압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VR에 집중하고 있는 메타-구 페이스북-는 스냅을 쫓아가는데 앞으로 2년 또는 3년이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것이 메타가 허비한 기회비용입니다.

에어팟처럼 스마트폰 부속품/액세서리로 기능하는 드론

Meet Pixy 영상을 보지 않으셨다면 아래 두 개 영상을 꼭 보시길 바랍니다. 각각 44초 길이 영상입니다.

스냅은 (아직) 빅테크 기업은 아닙니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가 빅테크 기업을 이야기할 때 스냅은 곧 여기에 속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냅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로 시작해서 카메라 하드웨어 기업으로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2022년 판매를 시작하는 Meet Pixy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Meet) Pixy는 미국과 프랑스에서 약 230달러 가격으로 판매가 됩니다.
  • Pixy는 어떠한 조정 장치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 사진과 영상을 저장할 SD 카드 슬롯도 없습니다.
  • 두 개의 버튼이 있습니다. 하나는 On/Off 버튼입니다. 다른 하나는 비행 모드를 조정하는 회전버튼입니다.
  • 이 드론은 2.7k 화질의 동영상과 12MP(메가픽셀)의 사진을 촬영합니다.
  • 사진과 영상은 스냅챗의 Memories에 저장됩니다.
  • 무게는 101g입니다.

조정 장치가 없는 드론을 개발한 것은 매우 영리합니다. 이를 통해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는) 드론은 에어팟과 같은 스마트폰의 부속장치 또는 액세서리로 소비자에게 인식될 수 있습니다. 촬영이라는 본질적인 기능에만 집중함으로써 드론 Pixy의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무게도 가볍습니다.

당연히 Pixy가 촬영하는 동영상과 사진은 스냅챗과 직접 연결됩니다. 이를 통해 스냅챗의 기능은 한껏 상승합니다. 드론 Pixy와 스냅챗은 인스타그램, 틱톡 등이 (당분간) 흉내낼 수 없는 매력적인 기능을 이용자에게 선사하게 됩니다.

특히 인플루언서 또는 크리에이터는 주저없이 드론 Pixy를 구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아가 이른바 파워유저에게도 Pixy의 가격 230달러는 그렇게 비싸다고 느끼지 않을 정도로 인식될 것입니다.

스냅은 오래전부터 하드웨어에 과감하게 투자해 왔고 AR 안경이라는 용감한 실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하드웨어 투자와 실험이 스냅챗에게 경쟁 우위를 선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가 하드웨어를 통해 차별화를 하는 독특한 사례입니다. 드론 Pixy의 1세대 가격은 내려갈 것이고 2세대, 3세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이 때 Pixy와 떨어질 수 없는 스냅챗은 더 큰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에 인수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되었다면 인스타그램도 아마 스냅챗과 유사한 방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었을 것입니다. 아쉽게도 인스타그램은 메타버스에서 (아직은 정확히 알 수 없는)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메타-구 페이스북-이 치뤄야 하는 기회비용

저는 장기적 관점에서 저커버그가 메타버스에 빠져있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스냅의 드론 Pixy는 다음의 한가지를 명확하게 하고 있습니다.

메타가 치뤄야 하는 기회비용이 매우 큽니다. 메타는 AR이 아닌 VR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VR이 다수 이용자에게 매력적인 그 무엇으로 수용되기까지 넘어야할 숙제가 많습니다. 언제 이 숙제가 끝날지 예측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메타, 정확하게는 인스타그램은 더 늦기 전에 AR 안경과 카메라 드론 개발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 때까지 스냅은 더 빠르게 성장하고 더 폭넓은 이용자를 확보할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메타의 메타버스 전략 비판하는 스냅챗 CEO

스냅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에반 스피겔(Evan Spiegel)은 4월 28일 Snap Partner Summit 2022에서 공개적으로 메타와 메타버스를 비판했습니다. 아래의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에반 스피겔은 메타버스 개념을 "모호하며 (아직) 가설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스피겔은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쓰지 말 것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Snapchat’s Evan Spiegel dismisses Facebook’s metaverse as ‘hypothetical’
Founder says his company is committed to augmenting the real world rather than replacing it

스피겔은 모호함과 가설에 대한 근거로 아래와 같은 상황을 묘사합니다.

"한 방이 사람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이들에게 메타버스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물어 보십시요. 모두가 완전히 다른 정의를 내릴 것입니다(Just ask a room of people how to define it, and everyone’s definition is totally different)."

스피겔은 다양한 메타버스 개념은 현실 세계를 대체하려고 시도한다고 비판합니다. 그러나 스피겔에 따르면 스냅챗은 사람들이 현실 세계를 사랑하게끔 만들고 있습니다. 스피겔의 관점에서 AR은 기술적으로 현실 세계를 변화시키나 이를 대체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습니다.

스피겔의 메타 또는 저커버그 비판은 나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2014년 페이스북은, 정확하게는 마크 저커버그는 스냅에 인수 제안을 공식화합니다. 스냅이 이 제안을 거절하자 페이스북은 2013년 스냅이 도입한 스토리즈(Stories) 기능을 1:1 복사하여 인스타그램의 주요 기능으로 제공합니다. 페이스북의 인수 제안을 거절한 이후 그리고 인스타그램의 스토리즈가 큰 인기를 얻은 이후 스냅 경영진은 경영 판단 실수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겪습니다. 스냅이 시장 분위기를 극적으로 반전시킨 것은 2020년 인도 정부가 틱톡 이용을 금지한 사건입니다. 숏폼 기능을 중심에 내세운 스냅챗이 인도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했고, 솟폼 플랫폼으로 재탄생한 스냅챗은 미국에서 다시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2016년부터 선보인 스냅의 AR 기술이 성숙해가면서 시장의 반응 또한 긍정적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자신감을 확보한 스피겔이 과거 악연을 가지고 있는 저커버그를 정면으로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AR이 VR보다 우선한다라고 주장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기술 성숙도가 크게 떨어지는 VR에 몰입하는 것은 좋은 경영 전략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메타의 경영 허점을 스냅이 공략하고 있고 뒤이어 애플의 AR 공습이 있을 예정입니다. 메타는 메타버스로 가는 길이 다양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더 늦기전에 AR에 집중하는 전략이 메타에게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