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을 한다는 일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희망을 조합하는 일입니다. 시장 전망은 과거와 현재의 시장 데이터에 기초해서 그 진행 방향을 서술하는 것이지 예상치 못한 새로운 무엇이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현하는 일이 아닙니다. 이러한 태도로 2022년 디지털 경제 전망을 분석하고자 합니다. 2022년 전망은 세 개의 글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 글은 테슬라를 매개로 자동차 시장 전망을 담고 두 번째 글은 아마존을 매개로 이커머스 시장을 분석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 글에서는 메타버스와 암호화폐의 2022년을 그려보고자 합니다.
테슬라: 스콧 갤러웨이, 2022년 테슬라 주가 반토막난다
2022년 테슬라 주가를 예측하는 능력은 제게 없지만 테슬라가 시장에 던지고 있는 신호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스콧 갤러웨이(Scott Galloway)가 2022년 전망에서 테슬라의 주가가 2022년 반토막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갤러웨이는 2022년 기업의 펀더멘털즈(fundamentals)와 주식 가치(valuation)가 재결합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재결합한다는 주장은 현재 펀더멘털즈와 주식 가치가 크게 분리되어 있다, 주식 시장에 거품이 크다, (일부) 거품이 꺼지면서 2022년 주식시장은 큰 조정국면을 맞을 것이다 등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스콧 갤러웨이의 근거를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자동차 판매대 수 1대가 가지는 주식 가치는 포드의 경우 1만9천 달러, BMW는 3만 달러, 도요타는 12만 달러, 리비안은 190만 달러, 테슬라는 230만 달러, 루시드(Lucid)는 5백만 달러입니다. 갤러웨이가 보는 펀더멘털즈와 주식 가치의 괴리 지점입니다. 이 간격이 2022년 조정될 것이라고 스콧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주식시장 조정 가능성이라는 스콧의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여기에 테슬라 주가가 포함된다는 그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테슬라의 주가가 반토막 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봅니다. 제 주장의 근거는 후술하겠습니다.
베네딕트 에반스(Benedict Evans)는 2022년 전망에서 자동차 시장 관련 흥미로운 분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EV) 시장으로 대전환을 시작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우리가 자동차로 정의한 것에 많은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전통 자동차 산업의 공급망 구조와 크게 다른 구조가 형성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가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소프트웨어를 갖춘 복잡한 자동차에서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갖춘 단순한 자동차로 자동차 정의가 바뀌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통 완성차 업체가 보이는 실수를 에반스는 스마트폰 출현 당시 전통 기업이 범했던 실수와 유사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전통 기업은 소프트웨어를 쉽게 생각하고 개발자를 고용하면 해결할 수 있는 과제로 여기고 있습니다. 전기차는 완성차 업체에게 어려운 과제가 아닙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좀 더 좋은 차입니다. 그러나 아이폰은 좀 더 좋은 블랙베리가 아닙니다. iOS와 앱스토어와 함께 진화하는 아이폰처럼 자동차 시장은 유사한 방향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베네딕트 에반스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베네딕트 에반스는 2022년 테슬라 주가와 관련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테슬라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테슬라를 소트트웨어 기업이라고 생각하며, 테슬라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 판단하는 사람은 테슬라가 자동차 기업이라고 여긴다는 겁니다. 여러분은 테슬라를 어떤 기업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테슬라가 자동차 기업일 경우 2022년 테슬라 주가는 정말 (크게) 하락할까요?
저는 에반스의 테슬라 구별법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2022년 테슬라는 자동차 기업으로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낼 것입니다. 스콧 갤러웨이는 테슬라의 경우 펀더멘털즈 대비 기업 가치가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하며 주식 가치가 (크게) 하락하는 방향으로 조정 국면이 형성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는 2022년 테슬라는 자동차 기업으로서 펀더멘털즈를 크게 강화할 가능성이 높으며 따라서 테슬라의 주가가 내려갈 순 있어도 반토막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합니다. 아래에서 그 근거를 제시하겠습니다.
테슬라, 2022년 생산량 및 이윤율 증대로 전기차 시장 리더십 강화
테슬라 주가가 2022년 새해를 시작하면서 첫 날 주가가 약 12퍼센트 상승했습니다. 이유는 테슬라의 2021년 4/4분기 판매 실적이 발표되었기 때문입니다. 테슬라는 동기간에 308,600대를 판매/배송했습니다. 이로써 2021년 총 936,172대를 판매한 것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놀라운 수치인지는 아래 그림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2021년 대비 두 배 가까이 판매량이 증가한 것입니다.

테슬라 캘리포니아 공장과 상하이 공장이 각각 약 50만대의 연간 생산능력을 갖추면서 테슬라는 막대한 생산력을 과시하며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전기차 시장은 수요의 결정력이 높은 시장에서 공급이 결정하는 시장으로 시장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쉽게 표현하면 전기차를 누가 살까라는 질문이 강했던 시장에서 전기차가 없어서 못 파는 시장으로 시장 성격이 변화했습니다. 이렇게 시장 성격이 변화하면 생산력이 높은 기업이 시장을 지배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는 현재 기가팩토리 하나당 약 50만대로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2022년 1/4분기 내로 베를린과 텍사스 기가팩토리가 생산을 시작합니다. 여기에 상하이 공장이 생산량을 2022년 확대합니다. 테슬라는 2022년 약 2백만대를 생산해서 이를 전량 판매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아래 같은 그림이 그려집니다.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리더십을 확실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테슬라가 2022년 자동차 기업으로 펀더멘털즈를 높이는 첫 번째 근거입니다.
자율주행과 관련해서는 아래 글에서 분석하고 있는 것처럼 2022년 테슬라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테슬라가 자율주행과 자동차OS 영역에서 혁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소프트웨어 혁신의 시기가 2022년이 아닐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테슬라는 2021년 신형 모델 S와 모델 X를 런칭했지만 이 두 모델은 진정한 의미에서 새로운 모델이 아니며 시장에서 유의미한 판매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 못합니다. 테슬라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모델 3와 모델 Y입니다. 사이버트럭(Cybertruck)의 경우 2022년 하반기 또는 2023년 상반기에 양산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2022년 테슬라가 시장에 보낼 강력한 신호는 4개의 테슬라 기가펙토리에서 쏟아내는 물량에 따른 매출 실적입니다. 테슬라가 고려하고 있는 25,000 달러 수준의 중저가 모델의 양산도 2022년 기대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2022년 테슬라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최대치로 끌어 올리며 대량 생산과 이윤율 최적화를 목표로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2년 테슬라의 펀더멘털즈가 강화될 두 번째 근거는 4680 배터리 양산입니다. 테슬라의 4680 배터리는 테슬라가 사용하고 있는 기존 2170 배터리보다 밀도가 높아 주행거리는 16% 늘어나고, 출력은 6배, 용량은 5배 이상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배터리를 테슬라와 계약한 한국 및 일본 기업도 생산할 수 있지만 테슬라는 4680 배터리 일부 또는 전체를 직접 생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도체 공급난과 배터리 공급난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자동차 업계 상황을 고려한다면 테슬라의 4680 배터리 양산은 2022년 관심을 가져야할 시장 신호입니다.
종합하면 2022년 테슬라의 펀더맨털즈와 주식 가치의 괴리가 어떻게 좁혀질 수 있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율주행 등 테슬라의 미래 가치보다는 전통적인 기준의 하나인 (자동차와 배터리의) 생산 능력에서 테슬라가 어떤 성적을 거둘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현재 시장 신호는 여기에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