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20일 박연미의 경제발전소에 출연하여 넷플릭스의 성공 방정식에 대해 이야기를 길게 나누었습니다. 그 때 마지막 질문은 "국내 방송사, 국내 OTT 사업자 (지원 방법)"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한국 다수 언론도 "쩐의 전쟁", "좌불 안석" 등의 표현과 함께 이른바 토종 OTT 사업자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도를 간접적으로 보도에 담아내곤 합니다. OTT협의회도 정부 및 국회에 OTT 육성진흥 정책을 요구하고 정부도 (실효성이 의심가는) 지원 정책을 발표하곤 합니다. 와차를 제외한다면 대기업과 대형 방송 사업자가 주도하는 OTT 플랫폼에 왜 공적 지원이 필요한가요? 시청료 중 일부가 제작비로 들어간 방송 프로그램을 왜 민간 OTT에서 돈을 주고 시청해야 하나요?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등의 공영방송은 (로그인도 필요없는) 무료 OT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영상-영상을 클릭하면 15분 30초부터 시청 가능-을 참조하세요.
이 글은 프랑스의 넷플릭스 규제 정책을 소개하며 OTT 사업자 규제를 통해 콘텐츠 제작사와 그곳 종사자가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 규제 및 진흥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OTT 사업자를 규제하는 프랑스
넷플릭스 191개 국가에 진출해서 거대한 시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는 미국을 벗어난 곳에서도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이 보여준 것처럼 넷플릭스 배급망을 이용한다면 한국 콘텐츠 제작사는 거대한 성장의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한국 콘텐츠의 황금기기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글로발 OTT 사업자는 소수에 불과하고 콘텐츠 창작자 및 제작사는 다수입니다. 힘의 불균형이 존재합니다. 이 시장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정부 정책의 기본 목표여야 합니다. 이를 멋지게 보여주고 있는 정부가 있습니다. 바로 프랑스 정부입니다.
프랑스 정부의 OTT 규제는 크게 두 개입니다. 핵심은 두 번째입니다.
- 2018년부터 유효한 유럽연합 법(EU Directive)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OTT 사업자는 프랑스에서 발생한 매출의 20%를 프랑스 콘텐츠에 투자해야 합니다. 20% 지역 할당제는 높은 수치는 아닙니다. 영국을 포함 유럽연합의 가이드라인은 30%입니다.
- 이렇게 만들어진 콘텐츠 생산물의 85%의 지적재산권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콘텐츠 생산자에게 귀속되어야 합니다. OTT와 콘텐츠 생산사이의 협상과 계약에 정부 정책이 직접 개입하는 꼴입니다.
규제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만 중요한 사항은 아닙니다. 프랑스에서 제작된 콘텐츠의 85%는 프랑스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규제로서 매우 프랑스다운 규제입니다.
프랑스 정부의 OTT 규제를 소개하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넷플릭스, 아마존 그리고 디즈니는 프랑스에 2022년 콘텐츠 제작에 최소 2억 5천만 달러를 투자해야 합니다.
20% 쿼터제와 지적재산권에 대한 규제는 매우 강력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지적재산권 관련 서로 다른 복수의 옵션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 작지 않은 비율은 미국 및 영국 (전통) 방송사가 제작한 영상입니다. 이러한 콘텐츠는 미국과 영국 외 지역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표시되어 유통됩니다. 넷플릭스는 일종의 구매자로서 기능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또 다른 형태는 넷플릭스와 계약을 통해 외부 스튜디오가 생산한 콘텐츠입니다. 여기서 지적재산권은 넷플릭스와 협상에 따라 서로 다르게 조정됩니다. 극단적인 경우는 외부 스튜디오와 넷플릭스가 경쟁 관계에 놓이면서 충동하는 경우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튜디오 마블(Marvel)입니다. 마블이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고 생산한 콘텐츠 대부분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 넷플릭스의 경쟁사인 디즈니+에 독점 제공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넷플릭스에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영화와 드라마가 작지 않은 규모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다른 극단에 있는 사례는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입니다. 인기작 기묘한 이야기는 넷플릭스가 소유하고 있는 스튜디오에서 제작되었습니다. 이 시리즈에 대한 권리는 넷플릭스에게 영원히 속해 있습니다.
넷플릭스 등 OTT의 독특한 비용 구조를 이해하면 OTT 영상 콘텐츠의 지적재산권 조정의 중요성을 보다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영상 및 드라마 제작 비용 등 OTT의 투자 비용은 매우 높습니다. 이와 비교한다면 방송 비용(= 스트리밍 당 비용)은 매우 낮습니다. 이 비용 구조에서 특정 콘텐츠에 대한 권리를 길게 보유하면 할 수록 이는 OTT 사업자에게 유리합니다. 높은 투자 비용을 가능하면 많은 구독자로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OTT 사업자 자신에 제한된 비즈니스만을 위해서도 OTT 사업자는 영상 콘텐츠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싶은 강력한 동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정부 정책이 개입할 수 있습니다. 소수 OTT 사업자와 다수 콘텐츠 생산자사이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힘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지점은 OTT 사업자의 이윤 극대화 핵심 변수인 방영 시간입니다. 콘텐츠 생산자가 방영 시간 조정에서 법이 강제한 힘을 소유할 수 있다면 콘텐츠 투자 비용은 콘텐츠 생산자에게 유리하게 조정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세계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한국 영상 콘텐츠 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유력한 정부 정책입니다. 다행스럽게도 프랑스 정부가 먼저 그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OTT 사업자 입장에서 유럽 시장은 현재 미국 시장 다음으로 중요한 시장입니다(앞으로 10년동안 인도와 동남아 시장이 유럽 시장을 앞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유럽의 OTT 규제는 옳건 그르건 간에 세계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위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가 프랑스 정부 OTT 규제 정책을 따라가고 있고, 독일 영상 생산사는 독일 정부에게 프랑스 정부 정책을 수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이른바 토종 OTT 사업자 진흥보다 한국 콘텐츠 생산자의 협상 조건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OTT 사업자 전체에 대한 규제를 시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