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가입자 감소가 현실화되면서, 넥플릭스의 주가가 2022년 4월 20일 하루만에 35.1%가 폭락했습니다. 2021년 4/4분기 대비 넷플릭스 가입자는 20만 명 줄어들었고, 22년 2/4분기에는 가입자 감소폭이 무려 2백만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가입자) 성장이 멈추었다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당분간 넷플릭스의 주가 하락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이 글은 넷플릭스가 직면한 도전이 무엇이며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바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넷플릭스의 이후 행보를 전망하는 내용을 글에 담았습니다. 글 마지막에는 비즈니스 펀다멘탈 측면에서 넷플릭스 주가를 짧게 전망하고 있습니다.
1960년대 컬러TV가 (미국을 시작으로) 도입되기 시작할 때 방송 사업자에게 중요한 것은 컬러TV 기술 자체였습니다. 컬러TV에 맞는 방송을 할 수 있는가 아닌가라는 기술 능력 여부가 중요했습니다. 디즈니를 시작으로 컬러TV에 맞는 영상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생산된 1970년대에는 컬러TV 기술을 누가 (경제)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가가 중요해졌습니다.
컬러TV와 유사하게 OTT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OTT 시장은 스트리밍 기술 능력 여부와 가입자 확보가 중요한 초기 시장을 지나 스트리밍 기술을 (경제)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국면-저는 이를 OTT 2.0이라 부르고자 합니다-에서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과 주요 경영지표-예: 가입자 수-가 변화를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넷플릭스 가입자 감소는 왜 일어났는가
가입자 감소 원인에 대한 다양한 추론이 존재합니다. 첫 째 넷플릭스는 러시아 서비스 중단하면서 700,000 명의 가입자를 잃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넷플릭스의 가입자는 22년 1/4분기 50만 명이 증가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가입자 성장률 하락은 분명합니다. 아래 테크크런치 그림을 보십시요.

2020년 가입자 증가율은 코로나 팬데믹 효과입니다. 아웃라이어(outlier)입니다. 넷플릭스 가입자 성장률은 2018년부터 하락 추세입니다. 이것이 가입자 감소의 이유의 두 번째 추론입니다. 북미와 유럽에서 넷플릭스 가입자는 포화상태(market saturation)입니다. 넷플릭스가 공을 드리고 있는 인도 시장의 경우 인도의 낮은 구매력으로 가입자 증가가 쉽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나마 아시아 시장이 넷플릭스 가입자 증가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추론 근거는 북미 지역에서 넷플릭스 월이용료 인상에 따른 해지 증가입니다. 넷플릭스는 22년 1월 22일 요금제에 따라 1달러에서 2달러까지 가격 인상을 단행합니다. 목표는 구독자 1인당 평균매출(ARPU: Average Revenue Per User)를 높이기 위함입니다. 넷플릭스는 특히 아래 그림처럼 북미지역에서 ARPU를 꾸준히 높이는데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미 지역에서 넷플릭스 가격 인상이 구독 해지로 이어졌다라는 상관 관계 추론은 아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격인상과 해지율사이의 정확한 (인과)관계와 그 강도를 분석하는 일은 이후 넷플릭스 경영전략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첫 째 넷플릭스는 매력적인 서비스 또는 콘텐츠로 가격 저항선을 조금씩 끌어올려야 합니다. 2억 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한 넷플릭스에게는 가입자 수보다 ARPU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둘 째 소비자의 소득수준에 따른 가격 저항선을 좀더 명확하게 알게될 경우 광고 기반 OTT, 이른바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services)의 시장성을 알 수 있습니다. 지불의사가 높은 소득층을 대상으로 ARPU를 높이고 지불의사가 낮은 소비자에게는 FAST를 제공함으로써 넷플릭스는 매출 최적화(revenue optimization)를 이룰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 차별화의 대상이 변화하기 때문
넷플릭스는 DVD (우편) 대여로 사업을 시작한 기업입니다. 이 때 경쟁사는 TV 방송사업자 및 케이블 방송사업자입니다.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할 초기에도 이 경쟁 구도에 변화는 없었습니다. 이 경쟁 구도에서 소비자에게 소구할 수 있는 넷플릭스 서비스 차별화 지점은 (중간) 광고없이 시리즈 몰아보기(Binge Viewing)였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전혀 없던 시기였습니다.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고객 체험이 다르다라는 주장이 타당한 이유는 비교 대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차별화에 기초하여 넷플릭스가 경쟁력을 확보하자 넷플릭스는 북미 및 유럽 지역을 대상을 꾸준히 월 이용료를 증가시켜 왔습니다. 매우 훌륭한 경영 전력입니다.
넷플릭스 CEO 리드 헤스팅스는 2019년 4/4분기 주주 편지에서 넷플릭스의 변화된 경쟁 구도를 이야기합니다.
"넷플릭스는 HBO와 경쟁하기 보다는 포트나이트와 경쟁하고 있다(We compete with (and lose to) Fortnite more than HBO)."
HBO로 상징하는 TV/케이블 방송사업자가 넷플릭스의 경쟁사가 아니라 소비자의 소중한 시간을 둘러싼 싸움에서 넷플릭스의 경쟁사는 게임회사다라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2021년 11월 넷플릭스는 게임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개인적으로 넷플릭스의 게임 서비스를 긍정적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은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이 글의 논점을 흐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헤스팅스의 위 주장에서 게임은 게임 그 자체가 아니라 소비자의 시간을 점유하는 경쟁 서비스를 총칭합니다. 게임은 이 시간 점유 경쟁에서 주요 경쟁 대상에 속하지만 광고 또한 경쟁 대상입니다. 광고는 소비자의 희소한 시간 또는 주의 집중(attention)을 판매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변화된 경쟁 환경을 고려해야 합니다. 첫 째 넷플릭스에게는 TV 및 케이블 방송 사업자가 갖고 있지 못한 오리지널 영상 콘텐츠가 풍부하게 존재합니다. 둘 째 넷플릭스는 2억 명이 넘는 구독자를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낮은 가입자 1인당 (제작)비용(per-subcriber cost basis)을 의미합니다. 이는 TV 및 케이블 방송 사업자 대비뿐 아니라 타 스트리밍 사업자대비 넷플릭스의 강력한 경쟁 우위입니다. 넷플릭스는 앞으로 계속해서 그리고 거대한 규모로 오리지널 제작 투자를 이어나갈 것입니다.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넷플릭스 사업 초기에 넷플릭스의 (경쟁) 차별화 지점은 광고없이 몰아보기라는 고객 경험이었습니다. 이제 넷플릭스의 (경쟁) 차별화 지점은 풍부한 오리지널입니다. 이 차별화 지점 위에 구독자의 희소한 시간 또는 주의 집중을 광고주에게 판매하는 것은 매우 적절한 사업입니다. 넷플릭스의 현재 시장 경쟁력은 광고로부터 방해받지 않은 고객 경험이 아니라 오징어 게임과 기묘한 이야기입니다. 이 경쟁력을 바탕으로 넷플릭스가 광고 비즈니스에 진입하는 것은 매우 타당한 수순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풍부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광고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경쟁 구도를 고려하지 않은 (바보같은) 경영 전략입니다.
참고로 차별화가 가능한 풍부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광고 비즈니스의 전제 조건일 뿐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광고는 전통 TV광고가 아니라 디지털 광고입니다. 통계적으로도 디지털 광고로 분류될 것입니다. 넷플릭스가 또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광고 비즈니스를 시작한다는 뜻은 그 경쟁 기업이 구글, 메타(구 페이스북), 틱톡 등임을 의미합니다. 이들 경쟁 기업에 준하는 또는 더 좋은 광고 효율로 광고주를 설득할 자신이 있을 때 넷플릭스는 비로소 광고 비즈니스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디지털 광고 비즈니스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1. 풍부한 (고객 행위)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2. 고도의 (타겟팅) 광고 기술능력(ad tech stack)이 필요합니다. 3. 앞선 두 가지를 운영할 수 있는 고급 인력이 필요합니다. 디즈니+ 또한 아래 글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처럼 지난 수 년동안 이 세 가지 필요조건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리고 디즈니는 북미 지역의 고객 데이터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북미 지역을 벗어난 광고 비즈니스를 집행할 수 없습니다.

넷플릭스는 2023년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옳은 전략 선택입니다. 그러나 넷플릭스도 북미 지역 외에서 광고 비즈니스를 진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당분간 한국 시장에서 넷플릭스가 광고 비즈니스를 진행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고객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이를 갖춘다면 한국 광고시장에서도 작지 않은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넷플릭스 주가 전망
저는 주식 전문가가 아닙니다. 넷플릭스의 주가를 예측할 수 없습니다. 다만 비즈니스 펀다멘탈 측면에서 넷플릭스가 가지고 있는 기회를 설명드리겠습니다.
22년 2/4분기는 넷플릭스 스스로 예고한 것처럼 2백만 구독자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당연히 넷플릭스 주가를 아래로 끌어내리는 힘입니다. 그러나 밤이 길어지는 3/4분기와 4/4분기에는 스트리밍 서비스 (신규 및 재)가입자가 크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가입자 실적은 이 때 좋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주가 상승의 힘입니다만, 투자기관이 넷플릭스 주가를 긍정 평가할 때는 넷플릭스가 광고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그 실적이 좋을 때입니다. 문제는 이 시기가 2023년 상반기가 될지 하반기가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 때를 기다리며 폭락한 넷플릭스 주식을 구매-이른바 줍줍-하기에는 감당해야할 기회비용이 결코 낮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