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8월 16일 프랑스와 스페인에 호라이즌 월드(Horizon Worlds) 런칭을 알리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포스트가 많은 언론과 사람들에게서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래픽 수준에 대한 비판입니다. 아래 저커버그의 포스트를 직접 보시면 왜 이런 비판이 나오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왜 이런 낮은 수준의 그래픽을 기업 메타는 선보이고 있을까요? 기업 메타는 스스로 말하길 메타버스에 올 인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메타 전체가 아니라 페이스북이 2021년 메타버스 관련해 투자한 금액은 100억 달러 수준입니다. 페이스북 부서 "Reality Labs"는 오큐러스 등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에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중 하나가 호라이즌 월드입니다. 기업 메타가 이렇게 막대한 돈을 드려 메타버스에 집중하고 있는데도 호라이즌 월드의 그래픽은 20년 전 선보인 게임 그래픽 수준입니다.

이 글은 호라이즌 월드 그래픽 수준이 낮은 이유를 분석하면서 메타버스 비즈니스가 직면한 핵심 도전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MAU는 (여전히) 30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람의 MAU는 12억입니다. 중복을 제외하면 기업 메타 전체 서비스의 MAU는 36억 5천만입니다. 기업 메타는 이 36억 5천만 명이 메타버스 서비스로 이동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이 쉽게 빠지는 판단 오류는 이 36억 5천만 명 모두가 고속인터넷과 5G에 접속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제 판단으로는 페이스북은 호라이즌 월드의 그래픽 수준을 인위적으로 낮추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이론의 권위자(?!) 메튜 볼(Matthew Ball)은 메타버스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는 수천 명의 이용자가 동일한 가상 공간에서 동시에 상호작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 환경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Networking and the Metaverse — MatthewBall.vc
The role of networking in the Metaverse. Part III of ‘THE METAVERSE PRIMER’

인류 구성원 중 고속 유무선 네트워킹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비율은 높지 않습니다. (무선) 인터넷 망뿐 아니라 개인 단말기의 성능이 떨어져 렌더링(rendering) 또는 레이턴시(latency) 시간이 긴 경우가 다수입니다.

저는 1998년부터 2010년까지 독일에서 생활했습니다. 그 때 가장 이용하기 싫은 서비스 중 하나가 싸이월드였습니다. 당시 주로 이용한 인터넷 망은 ISDN입니다. ISDN의 최대 속도는 128 kbps입니다. 이른바 기가인터넷의 속도는 100 Mbps입니다. 1 Mbps보다 10배 느린 ISDN으로 그것도 한국에 서버를 둔 싸이월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은 인내심을 끝없이 시험하는 일입니다. 레이턴시 다시말해 지연시간은 그래픽 서비스의 적입니다.

때문에 로블록스나 포트나이트는 차선책(workarounds)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 로블록스, 마인크래프는 (일부러) 단순하고 간단한 그래픽을 제공합니다. 그래야 서로 다른 수준의 인터넷 망에서 수 많은 사람이 동시 접속해도 서비스가 문제없이 작동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포트나이트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경우 동시에 같은 공간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게임 참여자의 수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 EVE(이브) 온라인은 움직임에서 표준화를 대폭 적용하고 있습니다. 렌더링을 효율화하기 위함입니다.

게임 등 그래픽이 중심이 되는 서비스에서 아주 작은 지체 현상도 이용자가 서비스를 멀리하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기업 메타가 호라이즌 월드에서 선택한 것은 로블록스와 마인크래프트처럼 단순한 그래픽입니다. 모든 기술 진화 과정에서는 어느 수준의 타협과 차선책이 필요합니다. 기업 메타의 우선 순위는 (중장기적으로) 36억 5천만 명이 모두 참여해도 네트워킹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입니다. 36억 5천만명이 서로 다른 네트워킹 환경에서 접속하여도 레이턴시를 최소화하는 것이 기업 메타에게는 매우 중요합니다. 수 백명이 동일한 가상공간에 동시에 들어와도 서비스 불안정이 발생해서는 안됩니다. 이것이 포트나이트 수준의 그래픽을 호라이즌 월드가 제공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심지어 호라이즌 월드의 아바타는 다리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력한 컴퓨팅 파워를 가진 VR 기기-오큐러스- 보급율이 크게 높아지면 진짜 메타버스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어렵지 않게 마주칩니다.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메타버스의 가장 큰 도전은 네트워크 인프라입니다.

마크 저커버그는 분기마다 실적을 발표해야 하는 상장 기업의 대표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을 했습니다. 10년 뒤에야 그 결실을 맺을 수 있는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비즈니스로 기업의 무게 중심으로 옮긴 것입니다. 아마 상황을 낙관했던 점도 이러한 결정을 한 배경 중 하나일 것입니다. 기업 메타 의사 결정에 있어 마크 저커버그가 가지고 있는 높은 지배력은 메타버스 전략 결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애플의 ATT 정책과 틱톡의 거센 공세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광고 매출이 심각한 공격을 받을 것이라는 판단은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기업 메타의 거대한 규모와 수 많은 연관 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다면 기업 메타의 성공과 실패는 2020년대 주요한 사건이 될 것입니다. 기업 메타는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싫든 좋든 다양한 국가의 인터넷 망 정책에도 개입을 해야 합니다. 레이턴시를 낮추는 방향으로 대정부 로비가 필요합니다. 통신사와 갈등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른바 경계 경로 프로토콜(Border Gateway Protocol)을 제거하자는 주장이 최근 힘을 얻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업 메타 혼자 복수 국가의 인터넷 망 정책에서 의미있는 목소리를 내기 어렵습니다. 기업 메타는 앞으로 복수의 게임 기업을 비롯해서 메타버스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기업과 연맹을 맺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호라이즌 월드가 다리가 없는 아바타 등 단순한 그래픽을 선보인 점에서 '메타는 게임 서비스 수준의 그래픽 능력이 없다'라고 이야기해서는 안됩니다. 기업 메타는 높은 레이턴시, 낮은 인터넷 속도 등 취약한 세계 인터넷 환경을 매우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메타버스 서비스를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기업 메타가 메타버스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외부 환경 변화-인터넷 인프라-를 주도해야 합니다.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을 기업 메타가 어떻게 풀어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공한다면 역사적 사건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