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라는 기표가 인공지능, 제4차 산업혁명처럼 유행하고 있습니다. 기업 페이스북은 메타(Meta)로 기업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이 글은 메타버스라는 내러티브가 가진 힘을 설명하고 메타버스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며 진화할지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글 끝부분에는 페이스북이 규제측면에서 현재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지만 기업 페이스북의 이름을 메타로 바꾼 일은 매우 시기적절한 행동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긴 글입니다. 다소 과장하면 지금까지 메타버스 관련 논쟁을 총정리하는 글입니다.


2007년 클라우드(cloud)라는 단어는 빠른 속도로 서버(Server)라는 단어를 대신하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 메타버스는 2007년 클라우드와 유사하게 인터넷을 대신하는 표현이 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내러티브의 힘

닐 스티븐슨(Neil Stephenson)의 소설 스노우 크래시(Snow Crash)는 메타버스의 어원을 설명하는 글에 등장합니다. 또는 2020년 1월 발행된 메튜 볼(Matthew Ball)의 에세이 The Metaverse는 메타버스의 의미와 특징을 소개하는 글에 인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메튜의 에세이는 실리콘벨리 뿐 아니라 한국에서 종교적 수준으로 수용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 에세이가 매우 정확하고 풍부하게 메타버스 개념을 정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가지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메튜는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인터넷 현상을 설명하는 기가막힌 내러티브로서 메타버스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내러티브의 힘은 실로 가공할 수준입니다. 무언가 유행할 때 이는 강력한 내러티브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넷 역사에서 사이버 스페이스, as a Service, Uberfication 등이 내러티브의 힘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The Metaverse: What It Is, Where to Find it, Who Will Build It, and Fortnite — MatthewBall.vc
There’s a reason every Big Tech CEO has a well-worn copy of “Snow Crash” in their office.

마크 저커버그가 메타버스를 반복하며 사용한지는 꽤 오래 전부터입니다. 2014년 페이스북은 VR 기기 오큘러스(Oculus)를 20억 달러에 인수합니다. 이 인수에서 특이한 점은 저커버그가 오큘러스 인수 결정을 단 5일만에 했다는 사실입니다. 그 만큼 오큘러스는 마크 저커버그의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 저커버그는 메타버스를 기업 페이스북의 미래로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마침내 2021년 10월 저커버그는 기업 페이스북의 이름을 Meta로 바꿨습니다. 이 글은 기업 Meta 등장 의미세가지 맥락에서 살펴보면서 메타버스의 진화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1. 메타버스는 PR 측면에서 보물단지입니다.
  2. 메타버스 관련 다양한 기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 발전 방향이 지시하고 있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3.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계획과 그 현실성을 짚어 보겠습니다.

내러티브: 사회에 확산되는 이야기

인간은 서로 대화를 하기 위해 이야기(stories)를 이용합니다. 우리는 의도하는 바를 설명하기 위해 또는 우리가 어떤 대상을 평가하기 위해 이야기를 이용합니다. 이야기는 우리가 인지하는 세상의 많은 부분을 정의합니다. 내러티브(narrative)는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내러티브를 매개로 사회 집단 또는 그룹이 형성됩니다. 기후 위기라는 내러티브를 매개로 사회 운동이 성장합니다. 히틀러는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superlative)이라는 내러티브로 전쟁을 조직하기도 했습니다. 내러티브는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과 이야기하지 않는 것 사이에 경계를 지음으로써 특정 사회의 상상력을 정의합니다. 내러티브는 복잡한 설명이 필요한 대상을 한 두개의 단어로 설명하며, 성공할 경우 이 단어의 사회 수용성을 매우 빠른 속도로 높입니다. 풍부한 설명 없이 한 두개의 단어가 사회에 확산될 때 해당 단어의 불명료함 또는 모호함은 증가합니다. 메타버스가 그렇습니다. 불명료함 또는 모호함은 내러티브의 특징입니다. 개별 기업은 이 불명료한 내러티브를 개별 기업에게 이롭게 이용합니다. 이것이 성공한 기업 PR입니다. 메타버스가 내러티브로 성공하면서 페이스북,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그리고 제페토가 각각 스스로를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기업 또는 서비스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기업 또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메타버스는 PR에 큰 쓸모가 있는 보물단지입니다. 자연스럽게 메타버스라는 기표는 과잉 생산 및 과잉 소비됩니다.

메타버스와 유사하게 모호함을 특징으로 가진 내러티브가 있습니다. 바로 파괴적 혁신, 플랫폼, 인공지능입니다.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은 경제의 매우 특수한 과정을 설명하는 내러티브입니다. 그러나 파괴적 혁신은 스타트업과 전통 기업을 비교하는데 또는 이들 사이의 경쟁 구도를 설명하는데 자주 사용됩니다. 스타트업이 자사 이기적으로 내러티브를 이용하는 경우입니다. 성공한 온라인 서비스는 스스로를 플랫폼이라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간접 네트워크 효과 등 플랫폼의 주요 특징이 존재하는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회가 플랫폼을 네이버, 카카오, 구글, 애플 등 성공한 기업의 특징으로 수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입니다. 기계학습 등 (작은) 자동화 과정은 어느새 인공지능과 동의어처럼 기업 PR에 이용됩니다.

1982년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은 사이버 스페이스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합니다. 우리는 1990년대 인터넷을 사이버 스페이스라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이메일로 주고 받는 일도 사이버 스페이스 행위로 멋지게 치장했습니다-저 또한 1990년대 말 독일 거주 당시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가슴 떨렸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ㅎ-.

가정을 해봅니다. 만약 윌리엄 깁슨이 사이버 스페이스 대신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면 우리가 1990년대 인터넷을 메타버스로 칭하는데 문제가 있었을까요? 닐 스티븐슨, 메튜 볼과 저커버그가 인터넷의 다음 단계를 사이버 스페이스라 부른다고 가정해 보죠. 닐 스티븐슨이 현실의 평행세계로 존재하는 디스토피아를 메타버스가 아닌 사이버 스페이스라 부른다고 해서 닐 스티븐슨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훼손되었을까요? 아닙니다. 메타버스는 확정된 그 무엇이 아직 아닙니다. 메타버스는 그 의미 세계를 앞으로 채워가야 하는 개념입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세계입니다. 메타버스는 닐 스트븐슨의 (디스토피아) 비전에서 출발했고, 메타버스는 투자자(!) 메튜 볼의 의도(?)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메타버스 과잉을 비판하는 것은 인공지능 또는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구호의 과잉을 비판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이러한 비판의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이 그리고 메타버스가 현실을 변화시킬 매우 강력한 요소임을 부정할 순 없습니다. 메타버스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진행될 다양한 기술 진화를 통칭합니다. 이 기술 진화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메타버스라는 내러티브가 가지고 있는 PR 효과를 (싫더라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메타버스라는 기술 진화의 방향

앞서 강력한 내러티브는 특정 사회 집단을 형성하고 이 집단이 한 방향으로 움질일 수 있게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저커버그가 기업 페이스북의 이름을 메타(Meta)로 바꾼 이유와 효과는 명확합니다. 저커버그는 군대의 수장으로서 군인(=기업 페이스북 직원)에게 메타버스를 향해 돌격 앞으로라고 명령한 것입니다. 군인에게 돌격할 고지가 무엇인지는 부차적 의미를 가집니다. 기업 페이스북은 큰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즈 케빈 루즈(Kevin Roose)는 아래 글에서 페이스북이 비즈니스 차원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 아니지만 직원 사이에 내부 혼선이 매우 강하며 잦은 사업 피봇(pivot)으로 안으로부터 붕괴가 시작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쇠퇴는 밖에서 볼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내부 직원은 하루에도 수 백개의 작지만 불안감을 조장하는 신호를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용자 적대적인 그로스 해킹 시도, 정신없게 잦은 피봇(pivots), 경영진의 편집증, 능력있는 직원이 천천히 이탈/퇴사하는 현상 등이 그 신호입니다(This kind of decline is not necessarily visible from the outside, but insiders see a hundred small, disquieting signs of it every day — user-hostile growth hacks, frenetic pivots, executive paranoia, the gradual attrition of talented colleagues).
Facebook Is Weaker Than We Knew
A trove of leaked documents, published by The Wall Street Journal, hints at a company whose best days are behind it.

저커버그의 돌격 앞으로 명령은 매우 적절한 시점에 내려진 경영 결단입니다. 그럼 이제 돌격 앞으로의 방향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그래픽 기술 진화 속도와 열린 생태계

베니티 페어(Vanity Fair)의 닉 빌턴(Nick Bilton)은 아래 글-참고로 이 글은 메타버스 관련 글 중에 단연 최고입니다-에서 디즈니 CEO 밥 아이거(Bob Iger)와의 흥미로운 일화를 소개합니다.

밥 아이거가 소파에 앉아 내게 디즈니가 당시 작업 중이던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난 그 영상에 등장한 사람과 동물이 모두 진짜(real)라고 확신했어요. 그런데 밥 아이거는 모두가 100% CG라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난 현실 세계와 컴퓨터가 제작한 현실을 정말로 판독할 수 없었어요. 내가 할 말을 잃었을 때 밥 아이거는 그의 전매 특허인 미국적인(?) 미소를 지으며 나를 처다보며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예요. "이 모든 것 중에 말도 안 되는 부분은 우리-디즈니-가 새로운 영상을 만들 때 마다 사용한 기술은 이미 낡은 기술이라는 겁니다. 그건 정말 한물간 기술입니다" (He then sat down on the couch and proceeded to show me video clips from movies Disney was working on at the time, all footage of people and animals that I was sure were real (filmed with actors) but that Iger informed me were 100% CGI. My mind literally couldn’t decipher between reality and a computer-generated version of it. As I sat speechless, Iger looked at me with his trademark all-American smile, and said, “The crazy part about all of this, is that every time we render a new scene, the technology used to make it is already outdated. It’s already obsolete").
The Metaverse Is About to Change Everything
One day soon, we’ll be hanging NFTs on the walls of our digital homes and buying Balenciaga tops for our digital selves. Here’s everything you need to know about the internet’s next big thing.

에픽게임즈의 Unreal Engine처럼 그래픽 엔진의 진화 속도는 메타버스 관련 중요한 기술 진보에 속합니다.

메타버스 논쟁에서 그래픽 기술 진화의 기하급수적인 속도는 대표적으로 저평가된 영역입니다. 적지 않은 수의 사람이 메타버스 예시로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또는 싸이월드를 언급합니다. 세컨드 라이프와 싸이월드가 인기를 얻었던 시기는 스마트폰도 없었고 (한국을 제외하면) 초고속 인터넷이 일반화되지 않았던 때입니다. 지금의 그래픽 기술 수준과 비교하면 그 때의 수준은 딱 석기시대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그래픽 기술 차이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비교해야할 더욱 중요한 특징은 세컨드 라이프와 싸이월드는 닫힌 생태계(a closed ecosystem)라는 점입니다. 로블록스(Roblox)는 스스로를 메타버스라고 주장하지만 로블록스는 닫힌 생태계를 특징으로 합니다. 메튜 볼(Matthew Ball)은 메타버스의 7개의 특징 또는 조건을 제시합니다. 이 7개 조건 측면에서 볼 때 로블록스는 메타버스의 진화 방향을 따르고 있지 않는 서비스입니다.

메튜 볼이 제시한 아래의 7가지 조건은 읽지않고 건너뛰기를 추천합니다^^
1. Be persistent
2. Be synchronous and live
3. Be without any cap to concurrent users, while also providing each user with an individual sense of “presence”
4. Be a fully functioning economy 
5. Be an experience that spans both the digital and physical worlds, private and public networks/experiences, and open and closed platforms
6. Offer unprecedented interoperability of data, digital items/assets, content, and so on across each of these experiences 
7. Be populated by “content” and “experiences” created and operated by an incredibly wide range of contributors

현재의 인터넷과 내일의 인터넷

저커버그는 메타버스를 다음 단계의 인터넷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커버그 주장의 타당성을 따지기 위해 현재의 인터넷과 기술 진보가 가능케할 내일의 인터넷에 대한 구별을 아래에서 시도하겠습니다.

현재의 인터넷은 종이신문, TV와 같은 미디어의 진화와 혁명 또는 그 결과입니다. TV의 진화 형태는, 벤 톰슨(Ben Thompson)의 주장처럼, 유튜브, 넷플릭스 그리고 틱톡입니다. 유튜브, 넷플릭스 그리고 틱톡은 서로 다른 서비스이지만 이용자가 상호작용하는 미디어라는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의 인터넷은 상호작용 미디어에 추가해서 이커머스 및 SaaS 서비스를 주요 구성요소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Clubhouse’s Inevitability
Clubhouse will do for audio what Twitter, Instagram Stories, and TikTok did for text, images, and video.

유튜브, 넷플릭스 그리고 틱톡 등는 서비스 요소와 상호 작용 형태에 따라 구별되는 서비스이며 앞으로 그 발전 방향도 다릅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틱톡과 달리 카메라를 (서비스) 기본 요소로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 특징-카메라- 때문에 넷플릭스와 틱톡의 진화 방향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모든 스마트폰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틱톡 이용자 모두는 잠재적으로 틱톡 영상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틱톡과 스마트폰 카메라가 짝을 이루며 독특한 서비스가 탄생하고 진화하는 것처럼 AR 안경과 VR 헤드셋은 이와 어울리는 새로운 서비스와 짝을 이루며 진화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 기술의 빠른 진화로 AR과 VR은 2D와 3D를 구별할 필요가 없게 만들 수 있습니다. 현재의 (모바일) 인터넷이 카메라와 짝을 이루며 진화하듯 내일의 인터넷은 AR및 VR과 짝을 이루는 다양한 서비스와 함께 진화할 것입니다.

3D 기술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AR과 VR이 가능케할 2D와 3D 사이의 상호 운영성(Interoperability)과 3D 사이의 상호 운영성(Interoperability)입니다. 상호 운영성이 갖춰질 때 비로소 AR 및 VR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와 관련 경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진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유튜브, 틱톡 등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와 짝을 이루며 상호 운영성을 가지고 있듯, AR과 VR은 서로 다른 서비스에서 작동할 상호 운영성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던져야할 질문은 AR 및 VR과 짝을 이루는 새로운 서비스 다시 말해 AR/VR의 상호 운영성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서비스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오는가입니다. 그 때 비로소 우리는 내일의 인터넷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라는 특정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그 근간이 되는 Unreal Engine이라는 그래픽 엔진의 문호를 개방하고 있습니다. 포트나이트에서 제공하는 가상 공간의 음악 콘서트는 포트나이트에 제한된 서비스가 아니라 (아직 이론적으로) 동일한 그래픽 엔진을 사용하는 다른 서비스에서도 즐길 수 있습니다. 상호 운영성은 열린 생태계의 전제 조건입니다. 에픽게임즈가 애플 및 구글의 30% 수수료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메타버스의 미래에도 중요합니다. 에픽게임즈의 그래픽 엔진을 공유하는 서로 다른 서비스에서 동일 콘서트를 즐기는 미래를 상상해 보십시요. 이 서비스는 스마트폰이 아닌 AR 안경과 VR 헤드셋으로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서로 다른 기기에서 즐기는 (유료) 콘서트에 애플과 구글이 과금을 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또는 애플과 구글이 다른 운영체계에서 작동될 수 있는 AR 안경과 VR 헤드셋에 기초한 서비스에 과금을 한다는 것이 타당할까요?

The future of events is uncertain. ‘Fortnite’ is forging ahead anyway.
The concerts will be performed from a Los Angeles studio and broadcast inside “Fortnite.”

자연스럽게 메타버스의 또 다른 특징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현재의 모바일 OS에서 불가능합니다.

NFT, 메타버스의 기초

메타버스는 완전히 새로운 평행(parallel) 세계입니다. 현재의 인터넷이 상호작용 측면에서 미디어의 진화 형태라면 미래의 인터넷 또는 다음 단계의 인터넷은 상호작용의 가능성이 현재의 인터넷 보다 폭발적으로 증가한 세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 그래야 합니다. 메타버스의 세계에서 인간이 (아바타 등으로 표현되어) 순수한 디지털 행위로 서로 상호작용한다는 주장의 타당성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러한 상호 작용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그래픽 등 기술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특정 기업 하나가 메타버스 입구를 지키며 메타버스에서 발생하는 거래행위에 일종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메타버스 경제는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메타버스에서 경제적 거래행위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표준이 필요합니다. 평행 세계에서 여러분과 제가 (현실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여러분과 제가 그 무언가가 진짜라고 평가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준 또는 표준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암호화폐 패러다임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NFT는 평행 세계 또는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구매할 수 있는) 사물의 기술적 기초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NFT는 여러분과 제가 가상 세계에서 신뢰할 수 있는 표준이 될 수 있습니다. NFT는 특정 기업(의 생태계)에 종속되지 않은 디지털 재화이기 때문입니다.

메타버스의 사례로 가상 세계 미팅룸-페이스북 회의실-, 신입사원 연수, 디지털 오피스 등이 언급됩니다. 그런데 이런 사례를 메타버스라 칭한다면 메타버스는 너무 식상하고 뻔합니다. 가상 세계 미팅이 어떻게 내일의 인터넷이 될 수 있습니까.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은 과거를 모방하는데서 출발합니다. 그러나 진짜 새로운 것은 과거를 모방하는 단계가 한참 지난 후에야 찾아옵니다. NFT, 메타버스가 진짜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오기까지 앞으로도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바타 스킨을 사고 파는 수준, 가상 공간의 땅과 건물을 사고 파는 수준에서 메타버스 경제는 멈추지 않을 겁니다. NFT는 상상 가능한 모든 디지털 재화를 프로그래밍할 수 있기에 메타버스의 기초 기술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상을 해보죠. 특정 뮤지션 A의 포트나이트 콘서트 입장 티켓이 NFT 형식으로 뮤지션 A의 팬 클럽 회원에게만 판매된다고 가정합니다. 팬 클럽 회원 B가 구매한 입장 티켓을 다른 회원 C에게 판매한다면 B는 콘서트에 입장 불가능합니다. NFT는 이러한 배제성(exclusivity)을 가지고 있습니다. 뮤지션 A는 콘서트 장에 10개의 VIP 좌석을 설치합니다. 이 VIP 좌석에는 뮤지션 A의 팬 중에서도 뮤지션 A가 지금까지 판매한 모든 앨범의 NFT 버전을 소유하고 있는 팬들만 입장할 수 있습니다. 뮤지션 A의 NFT 앨범은 희소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VIP 좌석 수는 제한되어 있는 사실이 더해지면 뮤지션 A 앨범의 NFT 가격은 상승할 수 밖에 없습니다. NFT는 디지털 자산이 희소성의 특징을 갖게 합니다. 제가 이 상상을 통해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팬덤이 존재하는 창작자의 창작물이 디지털 공간 또는 메타버스에서 이렇게 희소성을 가지게 되면 창작자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 추가적으로 NFT는 재판매 과정에서 원작자에게 로열티를 자동 지불하는 특징도 가지고 있습니다. 팬덤을 가지고 있는 창작자가 NFT 위에 작동하는 메타버스를 거부할 이유가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수많은 창작자와 더욱 많은 수의 팬은 메타버스로 들어옵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아도 메타버스는 암호화폐 요소를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메타버스는 하나의 기업에 지배될 수 없어야 합니다. 때문에 암호화폐는 메타버스의 기간시설로서 매우 적절합니다. NFT가 작동하는 메타버스 (경제)는 아직까지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메타버스는 현재의 인터넷이 아니라 내일의 인터넷입니다. NFT와 짝을 이룬 메타버스가 미래의 이야기라할지라도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은 다양하게 입증되고 있습니다. NFT에 기초한 게임 엑시 인피니티(Axie Infinity)는 2018년에 시작했지만 2020년 27억 달러 매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Axie Infinity Rolls Out Staking Program, Shakes Up Gaming Business Model - Blockworks
Axie Infinity’s Andrew Campbell thinks NFT-based games are “the first novel application of what we can do with NFTs.”

NFT 대중화 또는 NFT와 짝을 이룬 메타버스의 대중화에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벤 톰슨(Ben Thompson)은 타이밍에 대해 아래와 같이 이야기합니다.

인텔 마이크로프로세에서 닷컷 버블이 터질 때까지 걸린 시간은 30년이었습니다. 나카모토가 온라인에 블록체인 글을 발행한 해는 2008년입니다. (퍼스날 컴퓨터가 상상되었던 해는) 1971년입니다만 매킨토시(Mac)이 시장에 출현한 해는 1984년입니다. 13년이 필요했던 겁니다. (웹) 브라우저는 9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다가오는 미래를 예측하는 일에서 필요한 딱 하나의 (어려운) 과제는 시기(timing)를 아는 겁니다(The time from the Intel microprocessor to the Dotcom Bubble bursting was 30 years; Satoshi Nakamoto only published his paper in 2008. Thirteen years after 1971 was 1984, the year the Mac was introduced; the browser was another 9 years away. It’s one thing to see the future coming; it’s something else entirely to know the timing).
The Death and Birth of Technological Revolutions
Carlota Perez documents technological revolutions, and thinks we’re in the middle of the current one; what, though, if we are nearing its maturation? Is crypto next?

인터넷이 멈추지 않고 발전한다 점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스마트폰, AR/VR 디바이스 등이 새로운 기능을 가지면서 새롭고 그리고 더욱 풍부한 상호작용 가능성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다만 메타버스의 시기를 예측하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 측면에서 볼 때 기업 페이스북이 일찌감치 메타버스에 발을 디딘 것은 기업 페이스북에 득이 될 수도 있고 손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업 페이스북 또는 Meta의 미래

메튜 볼은 우리가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등과 같은 서비스를 통해 앞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방법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예측할 수 있다, 미리 맛볼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메튜 볼도 언제쯤 메타버스 다시말해 내일의 인터넷에 전제가 되는 기술이 성숙할지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커버그는 돌격 앞으로를 외치면서 올인(All-in) 전략을 선택한 것입니다.

페이스북이 iOS와 안드로이드에서 작동하는 하나의 앱일 때, 이는 기업 페이스북에게 (과거에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될 수록 페이스북 앱은 그만큼 많은 사람에게 접근 가능했으니까요. 그렇게 페이스북 앱은 30억 명이라는 적극 이용자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논리는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iOS와 안드로이드 에 올라타면서 기업 페이스북은 빠르게 성장했고, 세계 디지털 광고 시장 넘버 2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거대한 경제 성과를 거뒀지만 기업 페이스북은 애플과 구글이 허락한 범위 내에서만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고 애플과 구글이 제공하는 기술 범위에서만 이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시말해 애플과 구글은 페이스북의 (기업) 행동범위를 제약할 뿐 아니라 페이스북의 광고 비즈니스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ZDNet

기업 페이스북 총매출 중 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21년 3/4분기의 경우 97.47%입니다. 이 높은 광고 의존도가 다시금 애플과 구글에 의존하고 있는 꼴입니다. 페이스북 스스로가 밝히는 바에 따르면 애플이 iOS 14.5를 업데이트하면서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 광고 효율이 평균 15%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기업 페이스북에게 애플과 구글은 이제 위협 요소로 변하고 있습니다.

저커버그는 2017년 정례 f8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독립 플랫폼에 대한 의지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2017년 발표된 계획 중 이뤄진 것은 없습니다.

Everything Facebook unveiled on Day 1 of its conference
Augmented reality is the next frontier

그 이후에도 기업 페이스북과 저커버그는 AR과 VR이 기업 페이스북의 미래라고 하면서 관련 계획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습니다. 그 결정판이 기업 페이스북의 이름을 메타(Meta)로 바꾼 것입니다. 이를 통해 저커버그는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기업 메타 내부 직원에게 '이거 진짜야! 메타버스 아니라고? 그럼 넌 꺼져!'라고 외친 겁니다.

우리가 저커버그의 입장 또는 주장에 동의하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업 메타가 발신하는 신호의 크기와 강도입니다. 메타버스라는 내러티브가 가진 힘처럼 기업 메타는 강력한 내부 및 외부 효과를 가질 것입니다. 기업 메타의 내부 문화도 바뀔 것입니다. 중간 중간 메타버스 관련 프로젝트가 실패하더라도 또는 미국, 유럽 등 정부 규제가 더욱 거세져도-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기업 메타는 메타버스라는 한 방향으로 향해 달려갈 것입니다.

위에서 길게 살펴본 메타버스의 (기술) 진화 방향을 고려하면서 기업 메타의 메타버스 관련 자산을 살펴보겠습니다.

(1) 소셜 그래프: 기업 페이스북, 아니 기업 메타의 가장 큰 자산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그리고 왓츠앱을 통해 확보한 다양한 소셜 그래프(Social Graph)입니다. 이 자산은 다른 빅테크 기업 뿐 아니라 (중국 빅데크 기업을 제외하면) 지구상 어떤 기업도 갖고 있지 못합니다.

  •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및 팔로워 관련 소셜 그래프
  • 왓츠앱: 가족과 친구에 대한 소셜 그래프
  •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의 중간 성격 소셜 그래프

기업 메타가 소유하고 있는 30억 명에 대한 소셜 그래프는 인류의 인간관계 지도와 다름 아닙니다. 이 인관관계 지도는 가상 평행 세계, 다시말해 메타버스에서도 유효합니다. 저는 페이스북 앱보다 인스타그램이 가지고 있는 소셜 그래프가 메타버스에서 더욱 값질 것이라 판단합니다. 앞서 NFT 사례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인스타그램은 인플루언서/크리에이터/창작자와 팔로워/팬 세계 지도를 가지고 있기에 그 경제적 가치는 매우 큽니다. 왓츠앱도 중요합니다. 특히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다수 국각,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왓츠앱은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시작점입니다. 왓츠앱은 메타버스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2) 자본: 기업 메타의 21년 3/4분기 순이익(net income)은 약 92억 달러입니다. 약 10조 원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x라 많은 돈입니다ㅎ 이 막대한 자본을 기업 메타는 메타버스 관련 기술 및 서비스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기업 메타의 가용 자본을 저평가해서는 안됩니다. 기업 메타가 기업 메타를 압박하고 있는 정부 규제를 벗어날 수 있다면 이는 기업 메타가 이 막대한 여유 자본으로 무엇을 하는가로 규제 당국을 설득할 때 뿐입니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인수하면서 세계 디지털 광고의 No. 2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과 규제 당국은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인수 허가를 실수라고 평가하고 있고 현재 규제 논의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의 기업 분리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 분리의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기업 메타는 앞으로 다른 소셜 그래프를 가진 기업을 인수할 수 없을 것입니다. 기업 메타는 클럽하우스를 인수할 수 없으며, 스냅쳇(snapchat)을 끌어 안을 수 없으며 틱톡은 언감생심입니다.

그렇다면 기업 메타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이 저커버그의 입장이 되신다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기업 메타의 미래입니다.

가정을 해보죠. AR과(또는) VR이 인터넷의 새로운 상호작용 패러다임을 만들어 낸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를 위한 그래픽 엔진, 상호 운영성, 표준, 새로운 OS, NFT 등 관련 기술은 갖추어 졌다고 함께 가정하겠습니다. 이 새로운 상호작용 패러다임에서 풍부한 소셜 상호작용이 발생할 것입니다. 이 때 기업 메타가 가지고 있는 소셜 그래프는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내일의 인터넷이 등장한다면 이 세계에서도 강력한 승자(winners)가 있을 겁니다. 누가 승자일까요? 또는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까요? 바로 위에서 설명한 메타버스 관련 기술을 구현하는 기업 또는 메타버스 관련 훌륭한 인재를 갖춘 스타트업을 가장 많이 인수하는 기업입니다. 가장 많이 인수하기 위해서는 가장 일찍 가장 많은 돈을 써야합니다. 저커버그의 결정은 바로 이것입니다. 기업 메타도 메타버스 관련 기술 및 서비스에 큰 투자를 하겠다는 의지와 동시에 관련 기업과 스타트업을 가능한 많이 인수하는데 자본을 아낌없이 쓰겠다는 뜻을 저커버그는 밝힌 것입니다. 상상해 보십시요. 기업 메타가 그래픽 엔진 관련 기업과 NFT 마켓플레이스를 사들인다고 정부 당국이 규제에 나설까요? 규제할 근거도 찾기 어렵습니다.

메타버스, 내일의 인터넷에는 광고가 사라질까요? 그런 일은 없습니다. 메타버스에서도 기업 메타는 (어떤 형식이든) 광고로 큰 돈을 벌 것입니다. 기업 메타가 VR과 짝을 이루는 서비스에서 광고로 거대한 수익을 올릴 때 애플과 구글은 이를 위협하지 못할 것입니다. 인스타그램의 이커머스 행보를 보십시요. 오늘의 인터넷에서도 이커머스는 크게 성장하고 있지만 내일의 인터넷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입니다. 인스타그램의 인플루언서와 팬 구조는 메타버스에서도 작동하는 원리입니다. 기업 메타는 다가올 내일의 인터넷에 누구보다 먼저 발을 걸치며 내가 먼저 찜했어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과 저커버그는 늘 저평가 대상이었습니다. 저는 기업 페이스북의 경영 및 데이터 관리의 잘못을 두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업 페이스북이 몰락할 것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수명을 다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기업 페이스북의 다양한 시도는 실패를 경험했고 앞으로도 실패할 것입니다. 그러나 막대한 자본과 풍부한 소셜 그래프라는 무기를 들고 돌격하는 기업 메타를 막기란 쉽지 않습니다. 2020년대를 주도하는 기업을 꼽을 때 기업 메타가 빠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