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이 22년 3월 24일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 Act: 이하 DMA)을 합의했습니다. 2023년부터 왓츠앱(WhatsApp)과 아아메시지(iMessage)는 상호운영성을 갖춰야 합니다. 이들 대형 메신저사이뿐 아니라 대형 메신저와 작은 메신저-예: 텔레그램, 시그날-사이에도 상호운영성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쉽게 이야기해 텔레그램으로 카카오톡 이용자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때 단톡방은 어떻게 작동할 수 있을까요?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어떻게 라인에 보낼 수 있을까요? 카카오톡이 줌(Zoom)처럼 단체 영상 서비스를 만들었지만 이 기능이 상호운영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카카오톡은 단체 영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걸까요? 그렇다면 메신저의 기술 혁신은 제약받을 수 있습니다.
DMA 법 발효 시점은 2023년 상반기입니다. 규제 대상 기업은 DMA 발효 이후 6개월 이내로 이 법이 규정한 사항을 지켜야 합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해당 기업은 막대한 벌금을 피할 수 없습니다. DMA에 적용을 받는 메신저 서비스는 메타(Meta)가 소유하고 있는 왓츠앱(WhatsApp)과 애플의 아아메시지(iMessage)입니다.
DMA에 담긴 내용은 다양한 보도를 통해 접하셨을 겁니다. 아래에 관련 글 두 개를 추천합니다. 이 글은 만약 카카오톡이 DMA 적용을 받게 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살펴보겠습니다. 이를 통해 DMA가 가진 의미와 문제점을 분석하고자 합니다.


왜 DMA를 만들었나
유럽연합은 왜 DMA를 만들었을까요? 여러분이 특정 브랜드 신발을 구매했다고 가정하죠. 구매 이후 이 제품이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그럼 구매한 제품을 다른 브랜드 신발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런데 카카오톡은 다릅니다. 나 혼자만의 결정으로 카카오톡 서비스를 떠나 다른 메신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제 지인들 다수가 함께 카카오톡이 아닌 다른 메신저 서비스를 이용할 때만 서비스 이동이 가능합니다. 바로 네트워크 효과때문이죠. 유럽연합은 이미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갖춘 서비스에 이용자 선택권과 중소 경쟁 서비스의 경쟁력을 보장하기 위해 DMA를 만들었습니다. 명목상의 이유는 시장 경쟁 강화와 소비자 선택권 보호입니다. DMA가 메신저 서비스에 미칠 수 있는 긍정 및 부정 효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상호운영성이 가져올 스팸 홍수
상호운영성(interoperability) 위에서 메신저 서비스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메신저 서비스사이에 이용자 주소록 동기화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메신저 서비스 A는 메신저 서비스 B의 이용자가 A 이용자와 친구관계인지 알 수 없습니다. 친구관계 여부를 모른다면 제 연락처에 없는 사람의 메시지가 타 메신저 플랫폼을 통해 제게로 쏟아져 들어올 수 있습니다.
DMA는 이 스팸 가능성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이용자가 연락처가 다양한 메신저 서비스사이에서 공유 및 동기화되기를 원하겠습니까? 개인정보보호법과 충돌합니다. 따라서 메신저 상호운영성은 지켜질 수 없습니다. 메시지 읽음 표시에도 상호운영성이 적용되어야 할까요? 메신저의 수많은 기능 중 어떤 기능에 상호운영성을 적용하고 어떤 기능에는 적용하지 않아도 될까요? 이번 DMA에는 이러한 세부 규정이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2. 표준화와 혁신 제약
상호운영성의 전제조건은 표준화입니다. 메신저 서비스의 다양한 기능이 표준화되어야 하고, 표준화된 기능만 상호운영이 가능합니다. 상호운영성, 뜻은 매우 좋습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부수적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작지 않습니다. 누군가-아마도 규제기관이겠죠-는 표준화 대상 기능을 확정해야 합니다. 메신저 서비스의 혁신과 진화가 규제기관에 의해 결정날 수 있습니다. 상호운영성이라는 가치와 기능 표준화사이에 긴장관계가 발생할 수 밖에 없고 이를 규제기관이 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문제는 단톡방입니다. 오픈 채팅방도 단톡방의 확장 서비스입니다. 비밀채팅방 기능도 존재합니다. 비밀채팅방은 표준화하여 다양한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 하나의 비밀채팅방을 운영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왓츠앱의 경우 인스타그램과 동일한 스토리(stories) 기능을 제공합니다. 이 스토리 기능도 표준화해야할까요?
만약 상호운영성을 이렇게 다양한 기능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의 메시지 교환에만 적용한다면 네트워크 효과를 무력화시켜 서비스 경쟁 강화와 소비자 선택권 보호를 실현하겠다는 DMA 법의 취지는 무색해질 수 있습니다.
3. 모바일 운영체계의 장점
애플과 구글은 표준화된 메신저 기능을 OS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iOS 또는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에서 제공하는 기본 메시지 기능으로 다양한 메신저 서비스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면 다수 이용자는 이 기본 OS 메시지 기능을 선호할 수 있습니다. 메신저 서비스의 경쟁 강화 목표는 무력화되고 OS 제공 기업-애플과 구글-이 큰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4. 표준화 피하기
표준화가 꼭 전제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메신저 서비스 사업자마다 API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API를 따를 것을 강요할 수 있습니다. 라인은 카카오톡 API를 연결하고, 카카오톡은 라인 API를 연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머무를 수 없습니다. 카카오톡은 무수하게 많은 메신저 서비스의 API를 카카오톡에 연결해야 합니다. 다른 메신지 서비스도 카카오톡 API를 포함 무수하게 많은 API를 연결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이럴 경우 강도 높은 서비스 운영 능력을 가진 사업자만 이러한 API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새로운 메신저 서비스 스타트업은 기대하기 어렵게 됩니다.
이러한 4가지 이유에서 이번에 합의된 DMA가 2023년 실현되는 것은 시간상 어렵다고 판단합니다. 메신저 서비스 시장의 경쟁 강화를 위해 다른 접근법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