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주가가 저평가되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21년 12월 30일 기준 44조7천억원 수준입니다. 기아차와 현대모비스의 시가총액은 각각 약 33조3천억원, 약 24조원입니다. 현대기아차의 시가총액은 대략 112조원입니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1조달러 전후에 있으니 약 1,200조원입니다. 10배 차이가 납니다. 자연스럽게 현대기아차 주가가 저평가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 글은 현대기아차의 주가 전망을 분석하지 않습니다. 현대기아차가 2022년 마주하고 있는 시장 도전을 분석하고자 합니다. 현대기아차 주가 평가는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의 몫입니다.
현대기아차가 잘한 일: 수소차 포기 + 내연기관 개발 중단
전 세계 완성차 기업은 예외없이 창사이래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수익성 좋은 내연기관 모델 생산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전기차 모델 개발과 생산량을 빠르게 끌어 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배터리 포함 전기차 관련 투자에도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해결해야할 내외 갈등도 작지 않습니다. 내부적으로 볼 때 내연기관을 담당하는 많은 종사자와 임원의 강력한 저항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외부적으로 볼 때 내연기관 협력업체-벤더-와의 갈등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한국의 경우 수익률이 2퍼센트가 넘는 협력업체는 찾기 어렵습니다. 내연기간 모델 생산이 축소된다면 이들 협력업체는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합니다.
현대기아차는 남양 기술연구소의 파워트레인 담당 조직을 폐지하면서 내연기관 엔진 개발 연구조직을 크게 축소했습니다. 이 결정은 해당 조직에게 큰 충격이겠지만 현대기아차가 전사적인 목표를 전기자동차로 명확하게 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내부 논란과 갈등의 양을 절대적으로 축소키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기아차는 또한 제네시스 수소차 모델 개발을 중단했습니다. 사실상 승용차 영역에서 수소전기차 사업을 중단한 것입니다. 상용차 모델까지 포기하지 않겠지만 수소차로 분산된 조직의 역량을 전기차(EV)로 결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의미한 경영 선택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2019년 2월 아래 글에서 제가 주장한 것처럼 승용차 시장에서 수소차의 미래는 없기 때문입니다.

종합하면 현대기아차는 전기자동차로 전환과 집중이라는 단호한 전략을 확정했고 이로서 내부 논란과 갈등의 여지를 최소화했습니다. 내연기관 관련 협력업체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현대기아차가 마주하고 있는 거친 도전을 극복할 최소한의 동력은 확보했습니다.
도전 1: 턱없이 부족한 전기차 생산량
테슬라의 2021년 전기차 생산 및 판매량은 1백만대를 기록할 예정입니다. 캘리포니아 및 상하이 공장 등 단 두개의 기가팩토리에서 이룬 성과입니다. 늦어도 22년 1월 중에는 베를린 기가팩토리가 전기차 양산을 시작합니다. 또한 22년 1/4분기 내로 텍사스 기가팩토리가 가동됩니다. 이론적으로 따지면 테슬라의 2022년 전기차 생산 및 판매는 2백만 대에 이를 수 있습니다.
비교를 해보겠습니다. 현대차 아오이닉 5의 2022년 생산목표는 8만 5천대입니다. 기아자동차의 EV6도 8만5천대입니다. 여기에 제니시스의 전기차 3종-G8, GV60, GV70-의 2022년 생산량은 2만대를 넘지 않는 수준입니다. 현대기아차의 2022년 전기차 총 생산 및 판매는 약 27만대에 머무를 수 밖에 없습니다(기아 니로 등을 포함한 수치입니다). 거칠게 표현하면 테슬라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전기차는 현재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빠른 속도로 양산 체계를 갖추지 못한다면 테슬라 뿐 아니라 타 완성차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습니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모델의 경쟁력은 뛰어나지만 이를 시장에서 확장시킬 생산력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전 2: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모델 경쟁력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은 미국, 중국, 유럽입니다. 중국과 유럽은 2021년 신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10퍼센트를 넘어서며 자동차 시장의 성격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신차 중 전기차 점유율이 3퍼센트를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미국 시장이 2022년에는 마침내 전기자동차로 시장 전환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에 출사표를 던지는 완성차 기업이 현대기아차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2021년 판매를 시작한 폭스바겐의 ID.3와 ID.4, 포드의 머스탱 마하 E, 볼보의 Polestar 2 등을 제외하더라도 2022년 미국 시장에 쏟아지는 전기자동차 신형 모델만 최소 13개입니다. 모두 매력적입니다.

아이오닉 5, EV 6, 제네시스 전기차 모델의 경쟁력은 충분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시장 경쟁이 현대기아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 2022년 10만대 이상을 판매할 수 없는 구조적 제약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전 3: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공략할 모델 부재
2021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테슬라의 모델 3입니다만 그 뒤를 중국 SAIC의 홍광 미니(Hongguang mini)가 바짝 추적하고 있습니다. 4,500달러에 불과한 홍광의 2021년 예상 판매 수는 37만입니다. 2022년 홍광은 모델 3를 누루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 전기자동차 기업 Nio 는 2021년 유럽을 시작으로 2022년 해외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입니다. SAIC 또한 여유가 된다면 홍광의 동남아 수출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동남아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 기업이 있습니다. 베트남의 VinFast입니다. 3종의 전기자동차를 양산하고 있는 VinFast는 첫번째 전략 시장으로 인도를 설정했습니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2022년 미국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가격은 25,000달러에서 30,000달러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이 큽니다.
문제는 2022년 생산을 본격화하는 현대기아차의 인도네시아 공장입니다. 첫 번째 생산 모델은 디젤 SUV 크레타이며 이후 아이오닉 5가 생산됩니다. 일본 자동차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중저가 전기차 모델이 필요합니다. 도요타, 혼다 등은 하이브리드 전략을 매우 뒤늦게 포기하고 이제야 전기차 모델 개발 및 생산설비 구축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이 시간 공백을 노려 현대기아차는 동남아 자동차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동남아 시장을 공략할 모델도 없고, 전기차 생산설비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도전 4: 자율주행 서비스는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될 뿐
Level 5 수준의 자율주행차 시대가 언제 도래할 수 있을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자율주행차 기술에 투자하고 중간 중간 성과물을 공개하는 것은 주가 부양 그 이상의 의미는 없습니다. Level 3 수준의 자율주행 서비스를 현대기아차가 2022년에 제공할 수 있다면 이는 유의미한 성과이지만 다수 완성차 업체가 2022년 Level 3를 약속하고 있어 자율주행에서 현대기아차가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에어 택시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에어택시의 기술 수준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나 아직 미국과 유럽 등에서 정부 허가도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에어택시가 현실화되고 대중화되어 수익화가 가능하기 까지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2022년 모빌리티 시장은 2021년과 비교도할 수 없을 정도로 전기자동차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테슬라의 단독질주가 끝나고 전통 완성차 기업의 도전이 흥미롭게 진행될 것입니다. 여기에 중국 및 베트남 등 신흥 주자들도 내수 시장에 힘입어 해외 시장의 문을 강하게 두드릴 것입니다.
현대기아치의 핵심 도전은 경쟁할 수 있는 전기차 모델은 가지고 있으나 이를 대량생산하지 못하면서 어렵게 잡은 시장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22년 현대기아차의 핵심 과제는 노조와의 빠른 합의를 통해 전기차 생산 설비의 빠른 확충과 현재 개발하고 있는 복수의 전기차 모델의 시장 출시를 앞당기는데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 신호가 분명해질 때에만 저평가 받고 있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입니다.
추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이 문제는 2022년에도 지속될 문제입니다만 현대기아차 뿐 아니라 전 세계 자동차 기업이 모두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현대기아차가 마주하는 도전에서는 제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