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리테일 시장에서 이커머스 비율이 높아지면 높아질 수록 (음식점을 예외로 하면) 전통 매장의 매출은 감소하고 어느 선을 넘으면 전통 매장 유지가 어려워 집니다. 이런 현상을 현실로 직면한 곳은 락다운을 겪었던 북미와 유럽입니다. 전통 매장은 살아남기 위해 어떤 변화를 겪고 있고 어떻게 변해야할까요? 이 글은 그 실마리를 찾아 전통 상점 공간의 미래를 예측하고자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형 마트, 백화점 등 대형 공간을 차지한 곳의 경제성은 점점 떨어지고 (한국으로 치면 편의점과 같은) 주거지에 위치한 보다 작은 규모의 하이브리드 매장의 수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이브리드 매장이라 함은 소비자가 직접(in-person) 구매하는 공간 기능과 마이크로 풀필먼트(micro-fulfillment) 공간 기능을 모두 만족시키는 형태입니다. 주거지에 위치한 하이브리드 매장에 기초한 퀵커머스는 리테일 산업을 다른 방향으로 재구성하기 시작했습니다.
GoPuff를 따라하는 Instacart: 하이브리드 매장
퀵커머스(instant delivery) 기업 Gopuff는 2020년 11월 BevMo라는 주류 판매 오프라인 체인점을 인수했습니다. BevMo는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워싱턴(주)에 위치한 161개 매장에서 음료, 맥주, 와인, 위스키 등을 판매하는 전통 오프라인 기업이었습니다. Gopuff가 BevMo를 인수한 이후 161개 매장은 하이브리드 매장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매장 내 판매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매장의 일부는 마이크로 풀필먼트로 전환되면서 GoPuff가 미국 서부에서 음료 및 주류 퀵커머스 시장을 장악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매장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는 아래 기사를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Gopuff는 21년 7월 30일 150억 기업가치로 10억 달러의 추가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20년 11월 39억 달러 평가를 받은 것을 고려한다면 Gopuff의 기업가치는 약 8개월 만에 4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20년 11월 3억 8천만 달러 투자 유치 이후 Gopuff는 21년 3월 89억 기업가치로 11억 5천만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20년 11월 증자 이후 Gopuff는 크게 4개의 전략 선택을 보여 줍니다.
- 그 중 첫 번째가 BevMo 인수입니다. 하이브리드 모델 실험입니다. 결과는 성공적입니다. Gopuff가 운영하는 미국에서 마이크로 풀필먼트가 275개 임을 고려한다면 그 절반 이상을 BevMo가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 두 번째는 고스트 키친 서비스인 Gopuff Kitchen 런칭입니다. 2020년 12월 푸드 트럭 기반 배송 전문 서비스 Street Eats를 도입한 이후 Gopuff는 21년 6월과 7월 Gopuff Kitchen 서비스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현재 117명 규모로 Gopuff Kitchen 인력 채용이 진행 중입니다.
- Gopuff는 미국 시장을 넘어 유럽 시장 진출을 시작했습니다. 이를 위해 영국의 유사 퀵커머스 기업 Fancy를 인수했습니다. 영국에 이어 Gopuff는 현재 독일 시장 진출 기회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 21년 6월 Gopuff는 rideOS라는 소프트웨어 기술 기업을 인수합니다. rideOS는 로지스틱스 소프트웨어 기업입니다.

Gopuff는 매출 등 영업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The Information에 따르면 Gopuff의 2021년 배출은 20년 매출의 3배 규모인 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Gopuff는 처방전이 필요없는 약품 배송 서비스도 시작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7월 22일 흥미로운 보도를 합니다. 고객을 대신해서 쇼핑을 대행하는 서비스인 Instacart가 물류 창고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입니다. 미국 1위 배송 서비스인 Doordash, 2위 Uber Eats 그리고 Instacart는 물류 창고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소비자를 대신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음식 또는 상품을 구매처로부터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중개) 플랫폼 서비스이기 때문입니다.
인스타카트는 7월 22일 마이크로 풀필먼트 전문 기업 Fabric 인수를 발표했습니다. Fabric은 도심내 위치한 마이크로 풀필먼트 시스템으로 1시간 배송을 구현하는 기술 기업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Fabric은 기존 매장을 하이브리드 매장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입니다.

Instacart의 Fabric 인수는 Instacart가 Gopuff의 전략을 따라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인스타카트는 중개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inventory 기반 판매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도심 외곽 대형 물류창고 중심
코로나 팬데믹의 최대 수혜자는 아마존입니다. 모든 것을 판매하는 아마존의 2020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아마존의 황금기는 2021년에도 지속될 것입니다. 아마존에게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는 성장하는 퀵커머스입니다. 아마존은 도심 외곽에 대형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막대한 기술투자에 힘입어 아마존은 배송시간을 2시간으로 줄였습니다. 퀵커머스 기업은 마이크로 풀필먼트에 기반하여 배송 시간을 10분에서 30분으로 줄여버렸습니다. 퀵커머스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은 아마존 뿐 아니라 월마트, 타켓 그리고 코스트코 등 대형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기업에게 결코 좋은 소식일 수 없습니다. 주거지에 위치한 하이브리드 매장에 기초한 퀵커머스는 리테일 산업을 다른 방향으로 재구성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장점
하이브리드 매장은 두 개의 서로 다른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킵니다. (팬데믹 이후에도) 집에서 쇼핑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10분 - 30분 배송을 즐길 수 있습니다. 식료품 등 회전율을 높은 제품 뿐 아니라 약, 패션, 뷰티 등도 퀵커머스의 대상으로 포함되기 시작했습니다. (팬데믹 이후에) 직접(in-person/in-store) 방문 및 구개를 원하는 소비자는 하이브리드 매장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는 퀵커머스로 배송 받은 의류품 반송은 소비자가 직접 하이브리드 매장을 찾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매장의 또 다른 장점이 있습니다. 바로 헤일로 효과(후광 효과 halo effect)입니다. 아직 그 효과의 크기를 측정한 연구 결과는 없지만 오프라인 매장의 존재가 온라인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다양한 주장(!)은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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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풀필먼트가 바꿀 도시 모습
모든 리테일 기업이 마이크로 풀필먼트를 운영하긴 어렵습니다. 대표적으로 IKEA에게 마이크로 풀필먼트는 이룰 수 없는 꿈입니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에게도 마이크로 풀필먼트는 쉬운 과제가 아닙니다. 편의점 망이 존재하나 편의점 다수의 크기는 하이브리드 매장에 적합하지 않을 정도로 작습니다. 작은 공간에서도 마이크로 풀필먼트가 가능하도록 OX같은 스타트업은 AR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Instacart가 위에서 소개한 Fabric을 인수하고 이어서 마이크로 풀필먼트를 위해 로봇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고 WSJ은 전하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매장 등 마이크로 풀필먼트가 시장에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도시 정책의 변화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주차 공간 또는 점차 줄어들 주요소를 활용하여 마이크로 풀필먼트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 풀필먼트 수가 증가하고 퀵커머스 시장이 확장한다면 지금보다 더욱 많은 수의 오토바이와 자전가가 도로를 채울 것입니다. 배달 노동자의 노동 조건에 대한 사회적 감시도 강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창의적인 정책이 있어야 퀵커머스 확대가 진정한 소비자 유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