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2월 15일 발행된 구글 검색은 죽어가고 있다(Google Search Is Dying)라는 흥미로운 글이 (한국을 포함)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영어 (중심) 커뮤니티인 Hacker News와 Reddit에서 이 글은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트위터에서는 한국 이용자도 이 글을 적극 공유하며 의견을 더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글의 제목이 주장하는 바는 틀렸습니다. 구글 검색은 (가까운 미래에) 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구글 검색은 죽어가고 있다(Google Search Is Dying)는 매우 흥미로운 관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글을 계기로 앞으로 (웹) 검색이 어떻게 진화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려합니다.
구글 검색 결과가 (일부 이용자에게) 짜증나는 이유
이번 글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 검색 품질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 이유는 검색 결과에서 광고를 우대하고 있고 검색최적화(SEO)(또는 한국으로 비유하면 블로그 마케팅 등 검색 마케팅)에 의해 검색 상위 결과가 상업 콘텐츠에 장악되고 있다, 나아가 머신러닝 등 AI기반 검색 결과는 "스마트"함을 빌미로 이용자 개인의 검색 의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때가 많다.
- 결국 다수 이용자가 신뢰하는 커뮤니티(예: Reddit) 확장자를 이용해 검색하고 있다.
이 글의 한국어 요약은 아래 링크에 담겨 있습니다.
저의 경우 (네이버뿐 아니라) 구글에서 찾고 싶은 검색 결과를 얻기 위해 모바일의 경우 두 세번 스크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데스크탑에서도 지나치게 많은 광고를 마주하는 일도 종종있습니다. 경험적으로 판단하면 검색어가 값비쌀 수록 -예: 금융 상품, 특정 지역 여행 등- 그 결과 페이지는 광고와 검색최적화된 상업 사이트로 가득차게 됩니다. 때문에 이용자의 검색 기법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이용자의 경우 Reddit이라는 확장어를 검색어에 추가합니다. 예를 들면 "제품명 reddit"이라고 구글 검색을 합니다. 가젯의 경우 뉴욕타임스가 제공하는 Wirecutter 확장자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notebook wirecutter 결과에서 노트북 구매 관련 알찬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국 이용자 다수도 맛집 검색에서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이용한지 오래되었습니다. 최근 (영미) 틱톡 (젊은) 이용자의 경우 #TikTokMadeMeBuyIt을 자주 이용합니다. 이렇게 이용자마다 진성성있는 정보를 찾기 위한 노하우를 터득해 가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 마지막 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인스타그램, Reddit, 틱톡의 이용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이 서비스를 검색과 연계하는 검색 행위가 작지 않은 규모입니다.
Reddit is unique in social media. 15 years after launching, it still hasn't peaked. pic.twitter.com/QNl5T7vNqZ
— Paul Graham (@paulg) February 12, 2021
구글 검색이 시장을 지배하는 이유: 데이터 네트워크 효과 + 뛰어난 개발팀을 운영할 수 있는 자본력
구글 검색은 죽어가고 있다(Google Search Is Dying)의 저자는 익명의 블로거입니다. 이 글의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실제로 구글 검색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구글 검색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이 글이 확산되면서 일부 기술 엘리트(?)는 구글 검색이 문제점을 과장하고 있습니다.
구글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24년이 흘렀습니다. 이 과정에서 구글 검색은 검색 광고와 검색최적화에 의해 망가지고 있다는 비판은 구글이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구글 검색 서비스는 경쟁 서비스 대비 매우 앞선 서비스입니다. 구글과 경쟁하는 서비스인 빙(Bing), 덕덕고(DuckDuckGo)는 주요 검색 서비스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입니다. 한국의 네이버, 러시아의 Yandex, 중국의 Baidu 정도만 특정 국가에 제한되어 구글 검색과 경쟁하고 있을 뿐입니다. 어떤 검색 인덱스도 구글의 그것보다 크지 못합니다. 어떤 검색 알고리즘도 구글과 (아직) 경쟁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어떤 머신러닝 시스템도 구글의 그것보다 스마트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대다수 이용자에게 구글을 의미있는 결과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위 글의 저자가 주장하는 광고와 검색최적화가 도배한 검색 결과는 (일부) 상업적으로 인기있는 검색 결과에 제한됩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검색어가 아닌 경우가 절대 다수입니다. 때문에 절대 다수 구글 이용자는 구글 검색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있지 못합니다. 소셜 미디어와 유사하게 검색에도 (데이터) 네트워크 효과가 작동합니다. 특정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해당 검색 서비스는 검색어에 대한 더 많은 (맥락) 정보를 얻게 됩니다. 이 (검색 맥락) 정보가 많을 수록 검색 결과는 더욱 효과적입니다. 이 때 더 많은 이용자가 해당 검색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이러한 긍정 순환이 구글 검색에게 작동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구글 검색 서비스는 경쟁 검색 서비스와 경쟁력 차이를 넓혀갈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이러한 경쟁력에 입각한 광고 비즈니스로 구글의 광고 매출은 지속적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구글 또는 알파벳 전체 매출에서 광고 매출이 지나치게 많은 비중-2021년 기준 약 80%-이 가지고 있는 비즈니스 구조의 문제점은 다른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구글 광고 비즈니스의 막대한 매출과 높은 영업 이윤율은 수 천 명에 이르는 뛰어난 개발자를 구글로 모이게 하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구글 검색 결과의 순위를 계속해서 다듬고 있으며 새로운 검색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구글이 가까운 시일내로 도입하려는 Multitask Unified Model(MUM)입니다. 이 새로운 검색 시스템은 복잡한 검색어를 보다 잘 이해할 뿐 아니라 언어 장벽을 넘어 다양한 언어로 만들어진 텍스트, 동영상 그리고 팟케스트에서 추출한 정보를 통합해서 그 검색 결과에 담아냅니다.
구글의 변심: 창업 정신은 버리고 가두리 양식장으로 변화
2004년 구글의 기업공개 당시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Larry Page)는 다음과 같이 구글 검색의 기본 특징을 설명합니다.
"우리-구글-는 이용자가 가능한 빨리 구글을 벗어나 이용자가 찾고자 하는 곳으로 이동하길 원합니다(We want to get you out of Google and to the right place as fast as possible.)"
오늘의 구글 검색 서비스는 2004년 페이지가 묘사한 서비스가 (더이상) 아닙니다. 구글은 이용자가 가능하다면 구글 검색 서비스를 떠나지 않도록 다양한 정보를 구글 검색 결과안에서 소비하도록 유도합니다. 이에 대한 미국 정부와 유럽 연합의 규제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 규제는 다른 기회에 소개하겠습니다. 네이버 검색과 구글 검색은 가두리 양식장이라는 측면에서는 매우 유사합니다. 이렇게 초기 서비스 기본 특징을 구글이 벗어던진 이유는 첫 째 가두리 양식장 구조가 구글 비즈니스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며, 둘 째 다수 이용자가 이를 편하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찾고자 하는 정보를 더 빠르게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글 검색이 가두리 양식장으로 변화하는 기반은 2012년부터 구글이 도입한 지식 그래프(Knowledge Graph) 시스템입니다. 구글 지식 그래프는 수 백억 웹사이트에 담긴 정보가 수집하여 인덱싱(indexing)하며 이용자의 검색어에 대한 답변을 스스로 구성하여 제공합니다. 이렇게 웹사이트로 구글 이용자를 보내지 않고 구글 검색, 유튜브, 구글 지도, 지메일 등 다양한 구글 서비스 안에 이용자를 머물게 할 경우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구글은 더 많은 광고 매출을 올릴 수 있거나 더 많은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지식 그래프 도입 결과, Rand Fishkin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 구글 검색 이용자 중 2/3가 구글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Rand Fishkin의 분석에 대해 구글은 이례적으로 (빨리) 아래와 같은 반박 주장을 발표했습니다.

구글의 이 글은 엄밀한 의미에서 Fishkin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 아닙니다. 구글은 매년 수 십억 트래픽을 외부 사이트로 보내고 있다는 추가 정보가 담겨 있을 뿐입니다.
누구의 주장이 정확한가는 여기서 주요하지 않습니다. 구글의 지식 그래프 기반 검색 결과 서비스는 검색최적화와 크게 충돌합니다. 구글 지식그래프가 고도화되면 고도화될 수록 검색최적화의 자리는 좁아집니다.
구글(검색)에 대한 위협: 틱톡과 인스타그램
오히려 구글 검색 서비스에 대한 위협은 이른바 Gen Z가 구글 검색 서비스보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주요 검색 서비스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용자의 검색 습관의 변화를 구글은 가장 두려워합니다. 이미 제품 검색(Product Search)에서 구글은 북미와 유럽에서 아마존에게 뒤쳐지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북미 Gen Z의 작지 않은 규모가 제품 구매 결정을 틱톡에서 하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틱톡 해시태그 #TikTokMadeMeBuyIt의 총 뷰 수는 60억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 해시태그 효과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아래 글을 참조하세요.

유사한 흐름은 인스타그램에도 존재합니다. 나아가 메타(구 페이스북) 그리고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ByteDance)은 과장하면 거의 한 달 간격으로 이커머스 스타트업을 매입하고 있습니다. 쇼핑 기능을 인스타그램과 틱톡에 내재화하려는 시도입니다. 이용자가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떠나지 않고 구매와 결제 그래고 배송추적이 가능하다면 제품 검색 시장에서 구글이 차지할 수 있는 부분은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뉴스는 fake일 수 있습니다. 인플루언서의 말에는 fake가 많습니다. 통계도 많은 경우 fake입니다. 그러나 fake가 아닌 것이 있습니다. 바로 구매의사입니다. 아마존이, 인스타그램이 그리고 틱톡이 확보하려는 것은 바로 이용자의 구매의사이며 구글이 잃고 있는 것은 이용자의 구매의사입니다.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영원한 것은 저 푸른 생명의 구매의사라네!"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이커머스 관련 구글은 두 개의 전선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하나는 아마존 등 전통 이커머스 서비스이며 다른 하나는 젊은 이용자가 몰려 있는 틱톡, 인스타그램, 스냅 등입니다. 2022년 구글이 과연 이 두 전선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느냐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관찰 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