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전용 음식점인 고스트 키친(Ghost Kitchen)은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락다운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영역입니다. 고스트 키친은 기존 음식점과 갈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배달은 음식점에게 있어 생존의 문제입니다. 이 배달 매출을 고스트 키친이 음식점으로부터 뺏어간다면 이를 쉽게 받아드릴 음식점은 없을 것입니다. 음식점과 협력하여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고스트 키친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고스트 키친의 새로운 세대가 탄생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고스트 키친은 음식점과 갈등하기 보다는 협력하는 모델입니다.

가상 음식 브랜드(virtual food brands)의 성장

MrBeast는 현재 약 6,550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세계 최고의 유튜브 스타 중 한 명입니다(MrBeast의 성장 전략 분석은 다음 기회에 하겠습니다). MrBeast는 2020년 12월 MrBeast Burger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아래 트윗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브랜드를 런칭하는 날 MrBeast Burger를 판매하는 곳은 300 곳에 이르렀습니다. 아하, 300개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오픈한 것일까요? 정답은 Yes/No입니다.

MrBeast는 햄버거와 프렌치 프라이의 래시피를 만들었고, 이 래시피에 따라 햄버거와 르렌치 프라이는 냉동식품으로 만들어집니다. MrBeast Burger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되기 위한 조건은 딱 하나입니다. 이 냉동식품을 따뜻한 음식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1 평방미터 크기의 독립된 공간을 가진 기존 음식점은 가맹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음식점 밖에 MrBeast Burger 간판이나 포스터를 붙일 필요도 없습니다. 300개의 가맹점 그리고 21년 6월말 기준 800개의 가맹점 중 MrBeast Burger만을 취급하는 곳은 없습니다. 고객은 MrBeast Burger라는 앱을 통해 주문을 합니다. 배달 또는 테이크아웃이 가능합니다.

과장해서 표현하면 MrBeast Burger 가맹점은 가상세계에만 존재합니다. 새로운 고스트 키친입니다. 마케팅은 MrBeast의 유튜브 채널입니다. 아래 영상은 첫 번째 홍보 영상입니다. 조회수는 7,400만 회를 넘어섰습니다. MrBeast답게 오픈 첫 날 구매자 중 한 명에게 1만 달러를 선물했습니다.

고스트 키친은 독립된 공간에 주방만을 설치해서 앱을 통해 배달하는 서비스로 알려졌습니다. 미국과 영국 중심으로 고스트 키친 서비스가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음식 브랜드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주방 그리고 특정 브랜드만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은 필요 없습니다. 기존 음식점을 설득해서 추가 매상을 올릴 수 있는 파트너로 계약을 하면 됩니다. 이렇게 기존 음식점은 가상 브랜드 가맹점이 됩니다. 매우 짧은 기간 내에 다수의 가상 브랜드 가맹점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저는 고스트 키친 2.0이라 부르고자 합니다.

MrBeast Burger 이외에도 고스트 키친 2.0 사례는 많습니다. Chuck E. Cheese는 미국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점 중 하나입니다. 2020년 3월 Chuck E. Cheese는 Pasqually’s Pizza & Wings라는 가상 브랜드(virtual brand)를 런칭했습니다. 이 독립된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피자는 앱을 통해서만 주문 가능합니다. 당연히 이 피자가 최종 구워지는 곳은 Chuck E. Cheese 체인점입니다. 인기가 높습니다. 런칭 2달만에 Pasqually’s Pizza & Wings의 매출은 Chuck E. Cheese 매출 중 10%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 Pasqually’s Pizza & Wings의 성공 이후 Denny's는 2개의 가상 브랜드를 Red Robin은 3개의 가상 브랜드를 런칭했습니다.

우버 Eats에는 이미 약 10만 개의 가상 브랜드가 존재합니다. 우버 Eats의 경쟁 기업 Grubhub에 배달 계약을 맺은 음식점 중 51%가 추가적인 가상 브랜드를 최소 1개 이상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두 지표에서 가상 브랜드의 사업 가능성을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아래 The Verge 기사는 이를 훌륭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The Great Wings Rush
To see the future of food delivery, just look at chicken wings

가상 브랜드 또는 고스트 키친 2.0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가맹점은 추가 비용 없이 새로운 음식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가맹점은 판매액의 일부를 가상 브랜드에 수수료로 지불합니다. 브랜드 또한 큰 사전 준비없이 바로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가상 가맹점과 가상 브랜드 모두에게 고스트 키친은 (초기 고정 비용이 낮은) Asset-Light 전략입니다.

또 다른 가상 브랜드가 있습니다. 아시아 음식-만두- 가상브랜드 Wow Bao입니다. Wow Bao는 처음부터 가상 브랜드로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에 전통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Wow Bao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락다운(Lockdown)이 시작되면서 Wow Bao는 가상 브랜드로 사업 형태를 빠르게 전환했습니다. 가생 브랜드 Wow Bao의 가맹점이 되기 위해서는 2,000달러를 가입비로 지급하고 1 평방미터의 주방을 증명해야 합니다. Wow Bao에 따르면 가맹점은 이윤폭은 40%라고 합니다. 21년 6월 기준 Wow Bao의 미국 가상 가맹점 수는 200개를 넘어섰습니다.

고스트 키친 2.0 스타트업

가상 브랜드를 인기를 체감한 많은 사람이 가상 브랜드 창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투자도 이 흐름을 따르고 있습니다.

  • MrBeast Burger를 성공시킨 MrBeast는 Virtual Dining Concepts라는 기업과 함께 이미 9개의 가상 브랜드를 시작했습니다. Virtual Dining Concepts는 가상 브랜드 런칭을 지원하고 투자하는 기업입니다. 이 기업을 만든 사람은 체인점 Planet Hollywood를 창업했던 Robert Earl입니다.
  • Nextbite라는 가상 브랜드 전문 기업도 있습니다. Nextbite는 현재 13개의 가상 브랜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Nextbite은 Ordermark라는 기업의 자회사입니다. Ordermark는 가상 브랜드와 가상 브랜드 가맹점을 관리 및 운영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를 as a Service로 제공하는 기술 기업입니다. 예를 들면 Ordermark는 특정 가상 브랜드 가맹점이 복수의 가상 브랜드와 복수의 배달 앱을 운영할 경우 이를 통합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소프트뱅크는 2020년 10월 Ordermark와 Nextbite에 1억 2천만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 All Day Kitchens도 매우 흥미로운 기업니다. All Day Kitchens는 작은 맛집이 가상 브랜드를 만드는 일을 도와 줍니다.
  • 고스트 키친 1.0 개념에 속하지만 우버 창업자 Travis Kalanick가 만든 CloudKitchens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CloudKitchens는 공업지역의 저렴한 부동산을 매입해서 고스트 키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Reef는 주차장과 푸드 트럭을 이용해서 고스트 키친 1.0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두 기업도 곧 고스트 키친 2.0에 뛰어들 수 있습니다.

크리에이터와 결합하는 고스트 키친

위에 소개한 사례 중 가장 관심이 가는 곳은 MrBeast입니다. 가상 브랜드가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그 경쟁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 때 주방을 운영할 가맹점과 배달은 큰 이슈가 될 수 없습니다. 주문 결정을 하는 고객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가 중요합니다. 결국 마케팅이 중요한 변수입니다. 크리에이터 또는 인플루언서는 그 자체가 강력한 마케팅 파워를 가지고 있습니다. MrBeast Burger는 20년 12월 20일 시작하여 한 달 만에 백만 개 이상의 햄버거를 판매했습니다. 댈러스(Dallas)에 위치한 한 가상 가맹점은 하루에 7천 달러 이상의 MrBeast Burger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YouTuber MrBeast brings delivery-only burger chain to Dallas area, and business has been ‘crazy’
Christmas came early for North Texas fans of MrBeast. The massively popular YouTuber, aka Jimmy Donaldson, has 48.4 million subscribers and has gained...

위에서 소개한 고스트 키친 2.0 스타트업은 서둘러 크리에이터와 협업하고 있습니다. Nextbite의 경우 미국 래퍼 Wiz Khalifa와 함께 HotBox by Wiz라는 가상 브랜드를 2020년 8월 출범시켰습니다. 3,300만 명 이상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Wiz Khalifa는 MrBeast와 달리 자신의 계정에서 직접 HotBox by Wiz를 홍보하지는 않습니다. HotBox by Wiz가 자신의 이름과 자신의 얼굴을 이용하는 권리만을 부여한 경우입니다.

Virtual Dining Concepts(VDC)의 경우 웹사이트에 유명인(celebrities)과만 협업을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마케팅은 해당 유명인이, 메뉴 개발과 (냉동) 음식 생산은 VDC가 맡는 형식입니다. VDC는 래퍼 Tyga와 함께 2020년 여름 Tyga Bites이라는 가상 브랜드를 시작했고, Maria Carey와는 쿠키 가상 브랜드를 런칭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형성될 것입니다. 유튜브 또는 틱톡 인플루언서와 함께 가상 브랜드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의 등장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