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은 환율시장, 채권시장, 원자재시장 등등에 영향을 받는 동시에 정치와 과학의 영향도 심대하게 받습니다. 많은 이들이 주식시장을 설명할 수 없는 복잡계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주식 시장은 함부로 예측할 수 없다고 말이죠.  한편 주식 시장은 최고의 수익률을 올리는 것이 진리인 단순계이기도 합니다. 저를 비롯한 개미들은 주식 시장을 예측하고 싶어합니다. 이 두 가지 인식 모두 투자에 도움이 된다 생각합니다. 나름 시장을 예상해보고 내 판단이 복잡계인 주식 시장과 어울린다면  현재의 흐름을 이어가고, 그렇지 않다면 빠르게 흐름을 바꾸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나름 기준이 있는데, 여러분께 이 글을 통해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연준'과 '실업률'을 유심히 보고 있습니다.

연준은 연방준비제도를 말하며, 미국의 통화정책을 수립하고 금융시장을 감시하는 동시에 금융체계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기관입니다(엄밀히는 사기업인데 성격상 기관이라 하겠습니다). 연준은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양대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연준은 이를 위해 금리와 통화량을 조정합니다. 연준의 판단에 따라 달러 가치가 변화하고, 이는 기업 주가에 지대한 영향을 줍니다. 지난 몇개월간 가장 큰 이슈는 연준이 통화량을 줄이는 테이퍼링(tapering)을 할 것이고 금리인상도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연준 의장이나 연준 위원이 금리를 어떻게 하겠다 혹은 예상이 어떻게 된다라는 발언만으로 주식시장이 요동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치솟을 것 같은 물가는 다시 안정을 찾았습니다. 금리도 그리 치솟지는 않았습니다.

연준, 실업률과 물가 두마리 토끼 잡으려해

오히려 문제는 실업률입니다. 지속적으로 경기부양을 통해 기업이 충분히 좋아지고 이것이 고용안정(즉 실업률 저하)으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한 후 다음 대책을 선보이겠다는 것이 연준이 지속적으로 밝혀온 방향성입니다. 연준은 실업률을 안정화하는 것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고용이 85만명이나 증가했지만 그럼에도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680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상태입니다("美 6월 고용 85만 명 증가…실업률은 5.9%로 상승" 연합인포맥스). 연준은 실업률이 충분히 내려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월별 실업률 추이

연준의 이러한 방향성은 필립스 곡선에 더 이상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뜻도 됩니다. 필립스 곡선은 실업율과 물가가 역의 상관관계에 있다는 경제학 이론입니다. 즉 실업률이 낮으면 물가가 높아지고, 실업률이 높으면 물가가 낮아진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입니다. 필립스 곡선대로라면 연준은 사실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쉽게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연준 의장 파월은 2020년 8월에 "연준은 강한 고용시장 촉진에 매우 집중할 것(Highly Focused)"이라며 필립스 곡선에 무게를 두지 않는 발언을 했습니다("파월 의장, 필립스 곡선과 결별…시장, 연준 변화 선호" 연합인포맥스). 즉 연준은 현재 실업률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필립스 곡선을 배제하고 있습니다.

美 저실업·저물가에 '필립스곡선' 또 논란 한국경제(18.10.30)에서 재인용

물가와 실업률이 둘 다 적당한 상태에 있는 골디락스 구간에 미국 증시는 폭발했습니다. 골디락스는 영국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름 골디락스(Goldilocks)에서 유래한 용어로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무언가를 일컫습니다. 경제에서는 지나치게 높지도 낮지도 않은 물가에 경제성장이 덧붙여지는 경우를 말합니다. 현 시점에서 경제성장은 펜데믹의 기저효과도 있지만, 실업률을 낮추기위해 푼 유동성의 효과, 4차 산업 발전으로 인한 혁신의 영향도 있습니다.

실업률(1972-2020 연간), 물가(1972-2020 연간), 나스닥지수(1972-2020 연간) Fred에서 가져옴, 빨간색은 글쓴이가 직접 표시함

미국 증시, 두가지 시나리오

저는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로 실업률 지표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1. 실업률이 충분히 잡히지 않으면 연준은 테이퍼링을 시도할 수 없을 것이며 이는 역설적으로 유동성에 의한 경기 부양 효과를 지속시킬 것입니다. 이는 골디락스 구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 만약 실업률이 충분히 낮아진다면, 연준은 그것이 물가 인상을 유발하는지를 지켜볼 것이며 2-1) 물가가 인상된다면 필립스 곡선으로의 회귀를 선언하며 테이퍼링을 시도할 것입니다. 2-2) 반대로 물가가 지나치게 인상되지 않는다면 그 역시 골디락스의 신호일 것이다.

2021년 6월말 현재 까지 실업률은 급격하게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2021년 6월 고용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실업률은 5.9%로 시장 예상보다 높았습니다. 실업률이 쉽게 잡히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구인에 대한 뉴욕타임즈 기사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따르면 2021년 3월은 2000년 이래로 가장 많은 구인 요청이 있었다 합니다. 2019년 대비 '경험이 필요 없다'는 구인 요청의 비중이 3분의 2로 늘어났으며,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를 약속하는 구인 글의 비중이 2배 가량 늘었다고 합니다. 인구통계의 변화 역시 실업률에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20~64세 노동인구의 증가율이 2020년에 역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남은 2020년대(2022~2029년)에도 노동인구의 연평균 증가율이 0.3~0.4%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팬데믹은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화했으며, 그 결과 대규모 구조조정이 발생했음에도 오히려 기존 인력은 더 필요하지 않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급격한 변화로 인해 노동구조가 재조정 압력을 받음에도, 기술 혁신으로 인해 노동 생산성은 오히려 줄지 않은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Workers Are Gaining Leverage Over Employers Right Before Our Eyes
“Employers are becoming much more cognizant that yes, it’s about money, but also about quality of life.”

연준은 주식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동시에 우리 눈에 가장 잘 잡히는 주체입니다. 연준의 일거수일투족은 보도되며 해석됩니다. 한 때 조정을 많이 보인 5월 주식 시장에서는 연준에게 뒷통수를 맞을 수도 있으니, 조심 또 조심해야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연준을 믿을만한 주체로 보지 않은 것입니다. 그럼에도 팬데믹 이후 연준은 미국 경제를 잘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은 변호사 출신으로 경제학자가 아닌 최초의 연준의장입니다. 그 누구보다 현실에 눈을 떼지 않고 있음을 실업률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선언으로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연준이 하는 말을 믿지 못 하겠다면 주식 시장에서 큰 흐름을 놓치는 것입니다. 연준이 어떻게 실업률을 안정화시키는지 관찰해보는 것으로도 주식 시장에 많은 부분을 예상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