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가격이 매우 빠른 속도로 감소하면서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에너지 기술 혁명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에너지 혁명 그리고 탄소중립 정책은 일부 국가 및 일부 산업에게 재앙이 되겠지만, (정의로운) 에너지 대전환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면 세기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자이자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그리고 서브스택(substack) 작가노아 스미스( Noah Smith)는 2020년 12월 Why I'm so excited about solar and batteries라는 글에서 에너지 가격의 급락에 따른 급격한 생산성 향상을 전망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공부모임 Exponential Think에서도 이 텍스트를 같이 읽고 토론했습니다. 그 이후 이 글이 제시한 데이터와 에너지 혁명의 가능성은 쉽사리 제 머리를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Why I’m so excited about solar and batteries
“Atoms” technologies might bring back fast productivity growth

노아 스미스는 2021년 12월 8일 새로운 글 Techno-optimism for 2022에서 2020년 12월 위의 글에서 제시했던 테제(these)를 다시 주장하며 보다 상세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Techno-optimism for 2022
What you should be excited about

노아 스미스의 주장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재생 에너지는 학습 효과와 대량 생산에 따른 비용 효과에 따라 (긍정) 규모의 경제 효과를 만끽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재생 에너지 비용은 급속하게 하락하고 있다. 배터리 가격, 다시말해 에너지 저장 기술 가격도 학습 효과에 따라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다. 배터리 가격은 참고로 지난 10년간 90% 하락했다. 이 두 가지 경향이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것이다.

스미스의 말을 직접 들어 보겠습니다.

국제 에너지 기구는 재생 에너지의 성장을 예측하는데 지금까지 무척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국제 에너지 기구도 이제는 재생 에너지 성장이 앞으로 10년간 강하게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The International Energy Agency, which has traditionally been too conservative in predicting the rise of renewables, now forecasts that the trend will continue strongly throughout the decade):
2026년 세계 재생 에너지 생산량은 2020년 수준과 비교하면 60% 성장하여 4,800 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4,800 GW가 어느 수준이냐하면 현재 세계 화석 연료 발전소와 핵 발전소가 생산하는 총 에너지 생산량과 동일하다(By 2026, global renewable electricity capacity is forecast to rise more than 60% from 2020 levels to over 4 800 GW – equivalent to the current total global power capacity of fossil fuels and nuclear combined). - 강조는 강정수 -
재생 에너지는 2026년까지 세계 에너지 생산량 증가분의 9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태양광발전 시스템이 그 중 50%를 담당할 것이다.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추가되는 재생 에너지 생산량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추가된 재생 에너지 생산량보다 50%가 증가한 수준이다(Renewables are set to account for almost 95% of the increase in global power capacity through 2026, with solar PV alone providing more than half. The amount of renewable capacity added over the period of 2021 to 2026 is expected to be 50% higher than from 2015 to 2020).

스미스의 주장을 요약해 보면, 다수의 사람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는 대규모 기술혁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급락하게 된다면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많은 일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의 특징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재생 에너지로부터 촉발되는 기술 혁명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특정 기술이 사회에 확산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라는 특징을 반드시 가져야 합니다. 재생 에너지가 규모의 경제 영역에 들어섰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재생 에너지는 파괴적인 산업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스미스가 주장하는 것처럼 그 속도가 과연 그렇게까지 빠를 수 있을까에는 다소 의문의 여지가 있습니다.

스미스는 2020년대 후반기에 에너지 혁명의 첫번째 과실을 우리가 맛볼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저는 - 보수적으로 생각하여- 2020년 후반 에너지 혁명의 효과를 우리가 느끼게 될 것이고 에너지 혁명에 따른 거대한 변화는 2030년대에 발생할 것이라 주장하고 싶습니다. 시장과 제품이 새로운 에너지 세계에 반응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의 예열(warm-up)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혁명이 본격화되는 시기가 20년대 후반이냐 30년대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에너지 혁명이 우리 눈 앞에 다가오고 있다가 중요하고, 그 효과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에너지 혁명의 예상 효과

아래는 제 개인이 생각하는 예상 효과입니다.

  • 저계발국가 또는 이른바 개발도상국은 매우 빠른 속도로 산업국가 이른바 선진국 수준으로 경제 발전을 이룰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에너지 혁명은 아시아 및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경제 강국의 출현을 가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 재생 에너지는 중앙 집중화 방식의 전기망 구조가 아닌 탈중앙 그리드(grid)에서 더 빠르게 확산 가능합니다. 아시아 및 아프리카에서 에너지 혁명의 효과가 결코 작지 않을 이유입니다.
  • 물류센터 및 데이터센터의 완전 자동화: 전기 비용이 매우 저렴하다면 크고 작은 물류센터와 데이터센터는 완전 자동화를 추구할 수 있습니다. 현재 (높은) 전기요금 상황에서 도심에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이를 로봇 및 센서 등으로 자동화하는 것은 - 부동산 가격을 별도로 한다면- 경제성이 매우 낮습니다. 그러나 에너지 가격이 급격하게 낮아진다면 완전 자동화된 크고 작은 물류센터의 도심 진입이 가능해 집니다.
  • 배터리가 필요한 로봇의 확산: 물류 로봇을 비롯 다양한 로봇의 문제점 중 하나는 자주 충전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충전 전기료가 낮지 않다는 점입니다. 배터리 저장 용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기요금이 급락한다면 다양한 크기의 로봇이 일상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 크고 작은 센서와 스크린이 상상하는 수준을 넘어 일상 곳곳에 위치할 것입니다. 이 상황이 가져올 감시 등 부정 효과도 분명 존재합니다.

노아 스미스가 생각하는 에너지 혁명의 효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에너지 혁명은 작고 가볍고 휴대 가능한 기계가 매우 많은 양의 에너지를 운반할 수 있는 시대로 우리가 진입함을 의미합니다(It also means that we’re entering an age when small, light, portable machines can carry quite a lot of energy around with them).
드론은 가장 명확한 적용 사례입니다. 작은 배터리를 장착한 네 개 날개를 가진 드론은 아마도 전쟁의 양상을 바꿀 수 있고 모든 종류의 배송 서비스를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Drones are the most obvious application; small battery-powered quadcopters may change the face of warfare and offer all kinds of delivery services).
고용량 배터리는 로봇 혁명을 강화할 것입니다. 고용량 배터리는 (작은) 로봇이 공장 내부나 병원 내부 그리고 다양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하며 (작은) 로봇은 이 과정에서 다양한 과제를 수행할 것입니다(High-capacity batteries will also power the robot revolution, allowing bots to move around factory floors, hospitals, and many other environments freely and giving them the power to do all sorts of tasks).
마지막으로 저렴한 배터리는 이미 대중교통의 새로운 모델을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는 도시가 작동하는 방식을 완전히 새롭게 바꿀 것입니다. 전기 자전거는 가장 의미있는 기술입니다. 도시 행정부는 가까운 시기에 작지 않은 규모의 예산을 전기 자전거에 쓸 것입니다. 전기 스쿠터와 개인 (전기) 에어 택시는 2020년대 (후반) 모빌리티의 혁명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입니다(Finally, cheap batteries are already enabling new modes of transportation, which will change the entire way that cities function. E-bikes are the most promising technology here, and the government is preparing to spend big on them in the coming years. Electric scooters and personal air taxis are two other important examples that could revolutionize how we get around within the decade).

타일러 코웬(Tyler Cowen)도 유사한 주장을 21년 11월 13일 아래 글에서 하고 있습니다.

What would a world with very cheap energy look like? - Marginal REVOLUTION
I am indebted to Jason Crawford and Matt Yglesias for the inspiration on this topic, here is an excerpt from my Bloomberg column: One second-order effect is that countries with good infrastructure planning would reap a significant relative gain. The fast train from Paris to Nice would become faster …

타일러 코웬이 생각하는 에너지 혁명의 효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에너지 혁명의 2차 효과 중 하나는 훌륭한 기반시설을 갖춘 국가는 상대적으로 뚜렷한 에너지 혁명의 이익을 가져갈 것이라는 점입니다. 파리와 니스 사이의 고속열차는 지금보다 더 빨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워싱턴 D.C.에서 뉴욕 그리고 보스턴까지 이어지는 노스이스트 코리더(Acela corridor) 구간의 열차는 어떨까요?(One second-order effect is that countries with good infrastructure planning would reap a significant relative gain. The fast train from Paris to Nice would become faster yet, but would trains on the Acela corridor?)
두 번째로 (염분을 제거하는) 담수화는 저렴해지고 만들기 쉬워질 것입니다. 담수화를 저렴하고 쉽게 얻을 수 있다면 지금까지 거주하지 못했던 많은 지역이 변화를 겪게 될 것입니다. 네바다 지역이 변화할 것입니다. 비록 환경 논쟁이 뒤따르지만 말입니다. 시간이 필요하지만 아프리카 중 동부 지역은 녹색 지역으로 변모할 것입니다(Next in line: Desalinating water would become cheap and easy, enabling the transformation and terraforming of many landscapes. Nevada would boom, though a vigorous environmental debate might ensue: Just how many deserts should we keep around? Over time, Mali and the Middle East would become much greener).
난방냉방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아마 외부 온도를 조정하는 일까지 가능할 것입니다. 덴마크의 1월과 두바이의 8월은 견딜 만해질 것입니다(How about heating and cooling? It might be possible to manipulate temperatures outdoors, so Denmark in January and Dubai in August would no longer be so unbearable).
노동임금은 크게 상승할 것입니다.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가 공급 가능할 뿐 아니라 노동에 대한 수요도 급등할 것입니다. 도쿄로 비행하는 것이 더 쉬워진다면 비행기 조종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입니다. 아마도 비행은 자동화되겠지요. 로봇이 넘쳐날 것입니다. 이에 따른 2차 또는 3차 효과가 발생할 것입니다(Wages would also rise significantly. Not only would more goods and services be available, but the demand for labor would also skyrocket. If flying to Tokyo is easier, demand for pilots will be higher. Eventually, more flying would be automated. Robots would become far more plentiful, which would set off yet more second- and third-order effects).
저렴한 에너지슈퍼컴퓨터의 이용도를 높일 것이고 암호화폐를 보다 편하게 이용하게 할 수 있게하며 나노기술을 적용할 가능성도 높일 것입니다(Cheap energy would also make supercomputing more available, crypto more convenient, and nanotechnology more likely).

스미스와 코웬의 주장 또는 상상이 정확하게 맞어 떨어질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싶지 않습니다. 에너지 (기술) 혁명은 현재의 기술 발전 추세가 지속된다면 분명 가능합니다. 한국사회가 재생 에너지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어쩔 수 없이 세계 추세를 쫓아가야하는 영역이 아닙니다. 제 2의 경제 기적이 가능합니다. 에너지 기술에 대한 경제 및 사회의 집중이 필요합니다. 다가오는 에너지 (기술) 혁명이 기후위기를 (자동으로) 해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에너지 (기술) 혁명은 산업구조 조정을 동반합니다. 다양한 일자리와 산업이 위협받을 것입니다.

에너지 기술 혁명과 탄소중립 정책으로 2036년 세계 경제위기 올 수도

21년 11월 4일 영국 가디언은 Nature Energy에 게재된 논문을 소개합니다. 이 논문은 북미와 유럽 그리고 아시아 일부 국가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중국이 2060년 그리고 인도가 2070년 탄소중립 목표에 도달할 경우를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 과정에서 이른바 좌초자산(stranded assets)이 발생합니다. 좌초자산은 시장환경 변화로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자산을 의미합니다. 이 좌초자산에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그리고 이를 가공하는 정유소, 이를 운반하는 유조선 및 송유관, 그리고 주유소 및 (가정용) 석유 및 가스 보일러 등이 속합니다. 중국은 2024년 석유 소비가 최대 정점을 찍은 이후 석유 소비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화석연료에 대한 급격한 소비 축소가 좌초자산 증가의 핵심 이유입니다. 특히 캐나다 오일샌드(tar sands), 미국의 셰일 가스 및 셰일 오일, 러시아 북극해 석유, 브라질 심해유전, 노르웨이 북해유전 등의 석유 생산 경제성은 크게 악화될 것입니다. 이에 반해 석유, 천연가스 및 석탄 수입국인 한국, 유럽연합, 일본, 인동 등은 작지 않은 경제 이익을 보게 됩니다. 화석연료 수입에 쓰이는 막대한 돈을 재생 에너지, 기반시설 현대화, 새로운 일자리 등에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Half world’s fossil fuel assets could become worthless by 2036 in net zero transition
$11tn fossil fuel asset crash could cause 2008-style financial crisis, warns new study

가디언은 이 논문을 시각화하여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논문은 각국의 좌초자산 규모를 예측하고 좌초자산의 폭발적 증가가 경제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등이 2036년 마이너스 경제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출처: The Guardian

한국의 경우 석유 및 천연가스 수입이 크게 줄기 때문에 긍정 효과가 좌초자산 등 부정 효과보다 더 큽니다. 위 논문에 따르면 2036년 한국 경제의 좌초자산 규모는 2000억 달러(0.2 trillion)로 약 236조 원에 이릅니다. 탄소중립에 따른 화석연료 수입 감소에 다른 국내총생산 긍정 영향은 8.9%입니다. 전체 긍정 효과가 크다고 해도 좌초자산에 해당되는 산업 및 산업 종사자의 경우 거대한 구조조정의 피해를 받게 됩니다.

위 논문의 흥미로운 주장은 2036년 세계 경제 위기 가능성입니다. 막대한 규모의 좌초자산으로 다수 국가의 재정 시스템의 불안정성이 크게 증가하면서 세계 경제 위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기술 혁명, 디지털 기술 혁명과 함께 앞으로 10년 동안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테마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