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율이 낮은 상거래만으로 이커머스 기업이 성장하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마존 뿐 아니라 다수 이커머스 기업들이 디지털 광고시장을 노리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야 이커머스에서 성과를 내기시작한 월마트,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급성장한 생필품 배송 기업이 아마존의 광고 비즈니스를 본격 따라하기 시작했습니다. 구글과 애플 그리고 각국 정부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이 이른바 Third party data 활용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기업은 고객의 취향과 생활 패턴을 분석할 수 있는 First party data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윤율이 높은 디지털 광고시장에 이커머스 기업이 뛰어들기 시작하면 광고시장에 큰 변화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마존 순이익 퍼즐
아마존의 순이익(net income)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된 해는 2015년입니다. 그렇다면 1997년 상장한 아마존은 기나긴 적자의 시간을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요? 많은 이들은, 아마존은 AWS에서 벌어서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아마존 커머스의 손실을 상쇄할 수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저도 동의하는 의견입니다. 아마존은 이윤율이 서로 다른 다양한 비즈니스의 묶음(bundle)입니다. 때문에 아마존 전체의 순이익(net income) 흐름에서 개별 아마존 비즈니스의 전략적 가치를 판단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아마존에게 있어 AWS만이 이윤율이 높은 비즈니스가 아닙니다. 바로 광고 비즈니스가 아마존의 이윤율을 크게 높여주는 핵심 기둥이 되고 있습니다. 먼저 아래 그래프를 보시지요. 아마존의 순이익(net income: 파란선)과 아마존의 광고 비즈니스 매출(revenue: 빨간선)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자료출처는 순이익의 경우 위키피디아, 광고 매출의 경우 eMarketer입니다.

아마존 전체의 순이익과 광고매출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광고매출의 이윤율을 추정해야 합니다. 참고로 아마존은 개별 비즈니스의 순이익을 공시하지 않습니다. BCG의 경우 80%를 순이익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만 다른 효과들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광고로 인해 아마존 자사 제품의 판매가 감소할 수도 있습니다. 정확한 아마존 광고 비즈니스의 이윤율을 확정할 순 없다고 해도 광고 비즈니스가 빅(Big) 비즈니스임에는 분명합니다. 광고 비즈니스가 아마존의 순이익의 상당 부분을 구성하고 있다고 평가해도 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광고 비즈니스는 AWS와 달리 CAPEX (Capital Expenditure)도 사실상 필요치 않습니다. AWS의 매출 중 상당 부분은 미래 수익을 위해 데이터센터 건물 구매, 서버 구매 등 하드웨어 지출을 위해 쓰여져야 하지만 광고 매출은 큰 미래 투자를 필요로 하지 않기에 아마존에게 큰 현금 유동성(cash flow)을 선사합니다.
신흥 이커머스 강자: 광고 비즈니스에 뛰어들다
락다운(Lockdown)이 강타한 북미와 유럽에서 크게 성장한 서비스는 생필품 및 음식 신속 배달 서비스입니다. 대표적 기업은 미국의 GoPuff, 터키의 Getir, 독일의 Gorilla 등입니다. 북미와 유럽에서 체인화되어 있지 않는 마트의 비율은 매우 작습니다. 이들 대형 마트 체인은 한국의 오토바이 배달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 틈새를 GoPuff 같은 배달 서비스가 뛰어들었습니다. 또한 북미와 유럽에는 한국 아파트 경비원이 없습니다. 한국 아파트 경비원은 배송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계십니다. 경비원이 없다보니 분실 사고가 많이 발생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새벽배송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새벽 도둑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번 상상해 보십시요. 스마트폰에서 주문을 클릭한 이후 최대 30분 안에 배송이 끝난다면 어떨까요? 소비자는 집에 머물면서 배송을 받을 충분한 시간 여유가 있을 겁니다. GoPuff는 30분, Getir와 Gorilla는 10분 배송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주문한 소비자로부터 가장 가까이 위치한 마트 또는 공영주차장에 장기 주차한 컨테이너에서 배송이 시작됩니다. GoPuff 등의 가격은 소비자가 직접 마트를 방문해 구매하는 가격보다 비쌉니다. 그렇다고 이윤율이 좋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이들 기업들이 최근 앞다투어 광고 비즈니스를 시작했습니다.
GoPuff는 21년 6월 15일 광고 플랫폼을 런칭했습니다. 광고 상품도 다양합니다만, GoPuff가 (잠재적) 광고주에게 건네는 말에서 이커머스 플랫폼이 광고 플랫폼으로 가질 수 있는 가치를 읽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 스토어 자체에 디지털 마케팅 머니를 사용하는 것보다 효율적인 방법은 없습니다. (There’s no better or more effective way to spend digital marketing dollars than right within the digital store itself.)"
오프라인 매장에서 운영하는 광고를 Retail Media라고 칭합니다. 리테일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이커머스에도 당연히 Retail Media는 적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판매 수수료 및 배송 수수료라고 하는 매우 작은 이윤율에 만족할 수 없는 이커머스 기업에게 아마존이 보여준 광고 비즈니스의 매력은 반드시 모방하고픈 성장 전략입니다.
구글과 애플: 서드파티 쿠키 제약
애플과 구글은 서드파티 쿠키를 금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계획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어떤 폭으로 현실화될지 지금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정부와 유럽 연합이 빅테크 기업 규제에 본격 나서면서 서드파티 쿠키의 운명도 아직 확정되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서드파티 쿠키 방식의 트래킹 데이터에 의한 디지털 광고 비즈니스의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이 상황에서 이익을 볼 수 있는 곳은 풍부한 퍼스트 파티 데이터(First party data)를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입니다. 그 중에서도 고객의 거래정보를 가지고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은 매우 강력한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십시요(출처). 아마존 광고 비즈니스가 증가할 수록 구글 광고 비즈니스가 축소되고 있습니다. 이는 거래정보를 가지고 있는 아마존 광고의 효과가 높을 수 있다는 추론 또는 최소한 이러한 데이터가 광고주에게는 더욱 매력적일 수 있다는 점을 추론하게 합니다.

BCG도 미국 이커머스 광고시장이 (다소 과장해서) 년간 1천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국 이커머스 및 리테일 시장에도 유사한 변화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광고시장의 무게 중심 이동은 다양한 변화를 동반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