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신규 고객 확보도 중요하지만 이탈율(Churn Rate)을 낮추는 것이 신규 고객 확보보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탈율은 (콘텐츠) 카탈로그 크기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볼 것이 다양하고 많을 수록 한번 가입한 고객이 서비스를 해지할 가능성이 낮습니다. 그렇다면 이탈율 또는 해지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막대한 콘텐츠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탈율을 낮출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또 다른 방법(?)을 넷플릭스는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이 글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 콘텐츠의 경우 에피소드를 매주 한 편 또는 두 편씩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일시에 모두를 공개합니다. 이 공개 방식으로 몰아보기(Binge Watching)는 (새로운) 시청 문화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넷플릭스 서비스 구조는 소비자 입장에서 넷플릭스의 매력을 구성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넷플릭스 비즈니스 모델의 약점을 구성하기도 합니다. 어떤 약점이 발생하고 있는지는 이 글의 후반부에 적혀 있습니다(ㅎ 죄송합니다). 이 글은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사이에 존재하는 상호연관성을 넷플릭스 사례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의 모든 구성 요소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강하게 미칩니다. 수익 모델이 공급하는 상품의 종류와 제공 방식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공급하는 상품의 형식은 조직내 실험 정신을 제한합니다. 협업 문화와 공동 목표를 추구하는 방식은 내부 승진 형식에 분명한 효과를 가집니다. 이렇게 얽히고 설킨 비즈니스 모델 구성요소의 상호작용을 넷플릭스 경우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 넷플릭스 서비스 시작은 비디오/DVD 대여 사업부터 입니다. (한국에서는 DVD 대여가 흥하지 않았지만 고속인터넷이 대중화되지 못했던 북미와 유럽에서는 DVD 대여점이 성행했습니다). 소비자는 드라마 시리즈를 DVD로 대여할 경우 한 시즌 전편을 한꺼번에 대여하곤 합니다. 넷플릭스도 이에 맞춰 가능하다면 에피소드 한 편씩 구매해서 DVD로 대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리즈를 구성하는 에피소드 전체를 구매하여 이를 DVD 하나 또는 두 개에 담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DVD 대여 서비스 패턴이 스트리밍 비즈니스로 이동합니다.
  • 넷플릭스는 DVD 대여 사업 시절에도 고객이 (전체 에피소드를) 대여한 이후 얼마의 시간이 지나서 반납하는지를 측정했을 겁니다. 또한 시즌 1을 대여한 이후 어느 정도의 간격을 두고 시즌 2를 대여하는지도 분석하여 이를 고객정보로 기록했을 것입니다.
  • 다시말해 에피소드가 아닌 시리즈 중심으로 계량화하는 경향은 넷플릭스의 (역사적) 조직문화입니다. 아마 넷플릭스는 이러한 고객의 시리즈별 소비 시간( 또는 반환 기간)을 측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시리즈의 인기도 또는 상품성을 분석했을 것입니다. 고객이 시리즈를 빨리 반환할 수록 그 만큼 고객은 시리즈를 몰입해서 소비했다는 뜻이며 이는 시리즈의 매력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하나의 시리즈에 대한 상품성 분석은 이후 넷플릭스의 다음 시리즈 DVD 구매량에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 DVD 소비자가 하나의 시리즈 전체를 한꺼번에 대여하여 소비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면, 이러한 시리즈 전체 대여 방식은 넷플릭스의 비즈니스 모델의 주요 수치로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전통 선형(linear) 방송에서는 특정 에피소드의 시청률이 중요하다면 (DVD 대여 사업을 하는) 넷플릭스에게는 특정 고객이 시리즈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그리고 좋아하는 강도를 측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넷플릭스의 측정 수치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정 시리즈에 대한 고객 취향 이외에 변수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통 선형(linear) 방송에서 시청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부 변수는 다양합니다. 방영 시간대, 경쟁하는 방송 프로그램의 존재 여부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한편 특정 시리즈 전체를 얼마의 시간을 걸려 시청하는가는 다른 방해 요소 없이 개별 고객의 몰입도 또는 선호도를 측정하기에 용이합니다.
  • 넷플릭스는 DVD 대여 사업에서도 전통 선형 방송사가 측정할 수 없었던 '누가' 특정 (드라마) 시리즈를 '어느 강도'로 좋아하는지를 계량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시리즈 에피소드 전체를 동시에 공개하고 정주행 소비하는 데에는 또 다른 장점이 존재합니다. 바로 구축 효과 또는 밀어내기 효과(Crowding out)입니다. 시리즈 전편을 소비하는 행위는 최소 10시간 이상을 요구합니다. 이 10시간 동안 소비자는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거나 전통 선형 방송을 소비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경쟁 상황에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몰입 시간은 (테크)기업이 추구해야하는 매우 중요한 그러나 간과되고 있는 희소 자원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래 글을 참조하세요.
아마존의 MGM 인수 의미: 디지털 경제에 빈 공간은 없다.
디지털 경제에서 시간(Time)은 가장 중요한 희소 자원(scarce resources)입니다. 빅테크 기업은 이용자의 시간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을 합니다. 아마존의 MGM 인수는 아마존 프라임 전략 뿐 아니라 아마존의 광고시장 전략과도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게임산업 진출이 점점 가까워오고 있습니다. 아날로그 산업에서 개별 산업 영역(domains)은 나름의

요약하면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시리즈의 모든 에피소드를 동시에 공개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KPI로서 완료율(Completion Rate): 완료율은 한 명의 고객이 얼마나 빨리 특정 시리즈를 완주하는지를 측정합니다. 이 완료율은 전통 선형 방송사 등 넷플릭스 경쟁사가 가지고 있지 못한 지표 데이터입니다. 선형 방송사는 한 주에 한 편 또는 두 편씩 에피소드를 공개하기 때문에 특정 개인의 완료율을 (쉽게) 측정할 수 없습니다.
  • 한국 OTT 서비스 그리고 넷플릭스 한국 서비스에는 한 주에 한 편 또는 두 편씩 공개되는 드라마 및 예능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는 넷플릭스 일반 사례라고 볼 수 없습니다.
  • 완료율은 특정 시리즈의 스토리 구성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의미합니다. 전통 선형 방송사가 이 수치를 구하기 위해서는 고객 설문을 직접해야만 합니다. 에피소드별 시청률은 고객별 수치가 아니라 시청률 조사 대상인 특정 집단의 집합체 수치입니다.
  • 완료율 지표를 통해 넷플릭스는 다음 시리즈 (구매 및) 제작 여부 등을 보다 입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또는 완료율은 어떤 장르의 시리즈를 보다 많이 생산할 것인지 여부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완료율은 위에서 설명한 장점뿐 아니라 동시에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 소셜 미디어 효과: 한꺼번에 에피소드 모두가 공개될 경우 한 주에 한 편 또는 두 편씩 공개되는 것보다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를 통한 해당 시리즈의 바이럴 가능성 및 바이럴의 지속 가능성이 낮습니다. 그만큼 사회 영향력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거대한 바이럴 효과를 만들었던 오징어 게임의 경우도 시리즈의 공개 방식이 매주 한 편씩이었다면 그 바이럴 효과는 더 크고 더 오래 지속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바이럴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고 그 지속성이 짧다는 것은 넷플릭스에게 투자 비용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입니다.
  • 이탈율(churn rate): OTT 사업자의 비지니스 펀더멘탈을 판단함에 있어 (신규) 가입자 수와 함께 중요한 것은 이탈율입니다. 아래 WSJ 보도와 분석에 따르면, 원더우먼 84(HBO MAX), 빅 마우스 시즌 4(넷플릭스), 해밀턴(디즈니+) 등이 공개와 때를 맞추어 작지 않은 규모의 신규 가입이 발생합니다. 문제는 이 신규 가입한 회원 중 일부 회원이 시간이 지나면서 구독 해지하는 비율입니다. 아래 그림이 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HBO MAX의 경우 원더우먼 84를 계기로 신규로 가입한 회원 중 약 50%가 6개월 이후 서비스를 해지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넷플릭스(의 빅 마우스)의 이탈율이 낮습니다. 6개월 이후 이탈율은 21%입니다. 이는 그만큼 넷플릭스에 볼 것이 많다, 다시말해 넷플릭스 카탈로그가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래 WSJ 기사는 이탈율과 카탈로그 크기의 (역)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탈율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카탈로그에 대한 막대한 투자와 시간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한 주에 한 편씩 에피소드를 공개할 때 이 이탈율의 시기를 보다 연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시말해 시리즈 공개 방식은 고객생애가치(LTV)에 영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에피소드를 동시에 공개하는 것은 더 큰 카탈로그를 준비해야 함을 의미하며 카탈로그의 크기는 투자금과 직결됩니다.
출처: WSJ
WSJ News Exclusive | Disney+, HBO Max and Other Streamers Get Waves of Subscribers From Must-See Content. Keeping Them Is Hard.
Roughly half of U.S. viewers who joined right after “Hamilton” and “Wonder Woman 1984” came out were gone in six months, data show.
  • 완료율과 이탈율 관리는 (아마) 넷플릭스 직원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성과지표입니다. 이 성과지표는 다른 시리즈 또는 다른 콘텐츠를 기획하고 준비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계량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프로그램 기획을 한다? 넷플릭스 조직문화는 이를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시말해 완료율과 이탈율이라는 성과지표는 넷플릭스 조직문화를 (추가적으로) 고착화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넷플릭스가 자체 생산한 오리지널 콘텐츠의 공개 방식 또는 발행 방식에서 어떠한 실험도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 이탈율을 낮추기 위해 시리즈 공개 방식에서 다양한 실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런데 1997년 넷플릭스 창업 이후 공개 방식 또는 발행 방식에서 유연성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이렇게 넷플릭스의 핵심성과지표는 넷플릭스 비즈니스 모델에 그리고 넷플릭스 비즈니스 모델은 핵심성과지표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외부의 시선으로 볼 때 시리즈의 공개 방식은 중요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너 이탈율을 낮추는 것이 신규고객 확보만큼 또는 그 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폭넓은 공개 방식 실험은 넷플릭스 내부 경영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완료율(Completion Rate)이 넷플릭스 내부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알려진바는 없습니다. 아래 두 글-The Verge: 과거 방식, The Hollywood Reporter: 최근 방식-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넷플릭스가 한 영화의 70%, 한 시리즈의 70%를 시청 완료한 이용자를 Viewer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Netflix tracks shows by measuring ‘starters,’ ‘watchers,’ and ‘completers’
New details about how Netflix classifies a viewer
Netflix to Change How It Measures a Title’s Viewers Post-‘Squid Game’
The streamer is moving away from its two-minute “view” standard and will instead share the total hours watched for any given title.

시리즈 공개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넷플릭스는 오리저널 콘텐츠 확보를 위해 계속해서 거대한 투자를 지속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