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1월 4일 GM과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동시에 의미있는 발표를 합니다. GM은 월마트와 FedEx로부터 각각 5,000대의 전기 화물차-밴van- 주문을 받았습니다. 이로써 GM이 양산을 시작한 전기 화물차 BringDrop은 총 25,000대 예약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FedEx는 주문량을 5,000대에서 2만대로 상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BringDrop이 미국 상용차의 전동화에 의미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GM의 발표보다 의미있는 것은 스텔란티스와 아마존의 공동 발표입니다. 아마존은 2023년부터 양산되는 스텔란티스의 전기 화물차를 대량 구매기로 했습니다. 주문 규모는 아마존이 리비안에 주문한 1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스텔란티스는 이에 대한 댓가로 아마존과 함께 차량 OS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하며 전기 화물차에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AWS)를 기본 창착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차량 OS에 아마존의 알렉사(Alexa)를 적용하기로 한 점도 눈에 띕니다.
참고로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2021년 1월 16일 프랑스의 PSA-대표 브랜드는 푸조, 시트로엥, 오펠 등-와 이탈리아/미국의 피아트 크라이슬러-대표 브랜드는 알파 로메오, 피아트, 크라이슬러, 지프 등-가 합병을 통해 탄생한 거대 자동차 기업입니다. 스텔란티스 2020년 자동차 생산량 기준 세계 4위 사업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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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영업 전략: 전기 화물차와 맞바꾼 알렉사와 AWS
스텔란티스에게도 아마존의 주문은 의미를 가지지만 이번 발표 내용에서 가장 큰 유익을 얻는 곳은 아마존입니다. 아마존은 보이스 플랫폼, 클라우드 컴퓨팅 그리고 물류(logistics) 등 복수의 사업영역에서 빅테크 기업으로서의 장점을 단 한번에 실현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스텔란티스로부터 대량구매에 따른 가격할인을 분명 받게 될 것입니다. 동시에 아마존은 알렉사의 확산이라는 이득을 얻고 AWS는 큰 고객을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아마존은 세계 곳곳에서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거대한 전기 화물차에 대한 수요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수요를 해결할 자동차 기업을 대상으로 아마존은 알렉사와 AWS 영업을 한 것입니다. 참고로 아마존에 10만대 선주문을 받은 리비안도 모든 차량에 AWS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쉽게 정리하면 아마존은 전기 화물차를 미끼로 다수 자동차 기업에게 아마존표(by Amazon) 자동차 OS-핵심 인터페이스는 알렉사-와 클라우드 서비스 AWS를 강제하고 있습니다.
스텔란티스는 아마존과의 이번 계약을 통해 전기 화물차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확보했습니다. 또한 스텔란티스는 2021년 12월 초에 2025년까지 337억 달러를 소프트웨어와 전기차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발표에는 2024년까지 개발자 4,500명을 추가 고용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텔란티스는 2030년까지 3,400만 대의 자동차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이른바 커넥티드 서비스 목표를 함께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돈을 벌겠다는 스텔란티스의 의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커넥티드 서비스는 앱 스토어를 중심에 두고 있으며 여기에 보이스 어시스턴트, 이커머스, (간편)결제 서비스 등이 결합되는 모습입니다.
전통 자동차 기업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
앞으로 10년간 펼쳐질 모빌리티 시장의 변화는 전통 자동차 기업에게 간단치 않은 도전입니다. 어쩌면 자동차 시장 역사상 가장 어려운 과제입니다. 변화의 핵심은 크게 3가지입니다. (1) 전기자동차 혁명, (2) 바퀴를 가진 컴퓨터로서 자동차, 그 만큼 자동차 OS 등 소프트웨어가 중요, (3) 모빌리티 서비스의 불균형(asymmetry)입니다.
- 전기 자동차로의 전환을 혁명이라고 표현한 것은, 내연기관이라는 복잡성이 사라지면서 다수의 새로운 경쟁자가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 거대한 문이 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테슬라, 리비안뿐 아니라 베트남의 VinFast가 대표 사례입니다. 앞으로 전기차 생산 기업은 셀 수 없이 많아질 것입니다.
- 자동차에 대한 정의는 단순한 소프트웨어를 갖춘 복잡한 자동차에서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갖춘 단순한 자동차로 바뀌고 있습니다. 자동차의 인터페이스뿐 아니라 자동차 시스템 전체가 새롭게 설계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동차 기업은 소프트웨어라는 핵심 역량을 매우 빠른 속도를 키워야 합니다. 앞으로 5년 안에 이를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스텔란티스처럼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 기업과 협력해야 합니다. 스텔란티스는 이미 2020년 7월 웨이모(Waymo)와 전기 화물차 기반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 준비를 시작한 상태입니다. 볼보를 소유하고 있으며 사실상 다임러 벤츠의 지배자-질리 창업자 Li Shufu의 개인투자 회사가 다임러의 지분 58.6% 소유-인 중국 질리(Geely)가 2021년 12월 웨이모와 자율주행 전기차량 개발에 합의했습니다.
- 앞선 1과 2의 경향이 강화될 수록 자동차라는 하드웨어 품질이 아니라 자동차와 모빌리티 서비스가 제공하는 서비스 품질 차이가 주요 시장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서비스 품질을 진화시키기 위해서는 역시 규모의 경제 효과가 필요합니다. 아마존, 웨이모와 같은 전략적 파트너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입니다. 물류 영역에서 자율주행 서비스가 먼저 시장에 출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영역에서 월마트와 아마존이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을 진화시키는데 있어 이를 개발하는 연구 역량도 중요하지만 월마트, 아마존, 웨이모 그리고 테슬라처럼 수 백만 대의 차량에서 동시에 수집되는 데이터에 기반한 지속적인 서비스 품질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데이터) 규모의 경제 효과는 모빌리티 서비스 품질 차이의 처음이자 끝입니다. 이와 관련 아래 웨이모와 질리의 협력 소식을 알리는 포브스(Forbes) 글은 매우 큰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서비스는 인구 밀도가 크게 떨어지는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울, 뉴욕, 런던같은 도시에서 자율주행 서비스는 인간의 차량 운전이 금지되지 않는한 당분간 요원합니다. 포브스는 자율주행 서비스에서 백엔드(Backend) 서비스의 중요성과 여기서의 비용 절감 이슈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과 서비스 규모는 출발점에 불과합니다. 승객의 불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예를 들어 자동차 브레이크 소리가 큰 경우- 승객이 탑승하고 있는 차량은 쉽게 교체되어야 하고, 이 모든 차량은 동일한 경험을 승객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월등한 백엔드 기술은 필수 요소입니다.
아래 포브스 기사는 중국 질리가 웨이모의 기술에 올라탈 경우 일본자동차와 독일자동차가 수십 년에 걸쳐 구축한 브랜드 이미지를 단번에 앞지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본자동차와 독일자동차가 웨이모와 협력하지 않는 한 질리보다 한참 뒤에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 질리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크게 개선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빌리티 서비스의 불균형(asymmetry)은 앞으로 모빌리티 시장에서 자동차 기업의 순위를 바꾸어 놓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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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과 (3) 영역은 전통 자동차 기업이 혼자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의 과제가 아닙니다. 적절한 전략 파트너가 필요합니다.
웨이모와 아마존은 스텔란티스뿐 아니라 완성차기업 모두에게 가장 매력적인 파트너입니다. 아마존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완성차기업에게 특정 모델을 개발하는데 규모의 경제 효과를 선사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아마존은 자동차 OS 개발 비용을 절감시켜 줄 수 있으며 커넥티드 서비스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필요한 클라우드 컴퓨팅과 머신러닝 기술을 판매합니다. 웨이모는 자율주행 관련 기술에 앞서있을 뿐 아니라 뒷배에 있는 구글과 함께 자동차 OS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업입니다. 물론 자동차 기업이 웨이모 및 아마존과 협상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웨이모와 아마존 스스로 자신의 장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 두 기업 외에 다른 대안이 보이지 않는데 있습니다.
현대기아차의 숙제
여기에 현대기아차에 대한 우려가 하나 있습니다. 이 우려는 현대기아차의 모빌리티 전략 분석에서 확인할 수 있는 어떤 수치는 아닙니다. 현대기아차는 자부심이 강한 기업입니다. 기적처럼 단기간에 세계 주요 자동차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칭찬이 아깝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자부심이 모빌리티 산업 구조변동 시기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수소(승용)차의 실패가 그렇습니다. 자동차 OS 부분에서 이렇다할 전략을 확인할 수 없는 것도 현대기아차가 가지고 있는 자부심이 장애가 되고 있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합니다.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입니다. 이를 위한 핵심 역량 구축은 과거의 것과 결별하는데부터 시작합니다. 내연기관 관련 역량을 앞으로 빠른 속도도 줄여가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현대기아차가 남양 기술연구소의 내연기관 엔진 개발 연구조직을 크게 축소한 점은 박수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지는 현대기아차의 전략 파트너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현대기아차가 2022년 CES에서 발표한 로보틱스 비전과 메타 모빌리티는 구경꾼에게 '와우'라는 소리를 불러낼 순 있어도 시장 전략 관점에선 매우 여유로운 자만감의 표현입니다. 예를들어 도심항공교통(UAM)은 앞으로 10년안에 가능한 게임 체인저가 아닙니다. 기술 장벽만큼 규제 장벽이 높기 때문입니다.
현대기아차는 모빌리티 산업 전환에서 필요한 전략 파트너와 협상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됩니다. 개발자를 4,500명 추가 고용하는 스텔란티스도 혼자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협상에 응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