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가 시작된 이후 이미 많은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의 삶을 멈추게했고 우리는 설명할 수 없는 허무에 빠져들곤 합니다. 이 멈춤과 무력감이 변화를 감지하는 촉수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2010년대를 특징 지웠던 문화나 유행은 힘을 잃고 있지만 새로운 흐름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개별 시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오늘은 미디어 시장의 변화를 살펴보려 합니다. 미디어 시장은 자체 동학(dynamics)에 의해서도 변화를 멈추지 않고 있으며 연관 시장과 상호작용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 변화의 뚜렷한 방향과 성격이 무엇인지 쉽게 파악되지 않습니다.
이 글은 2010년대와 질적으로 다른 성격을 가지기 시작한 미디어 시장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 미디어 시장의 대상은 저널리즘 상품을 다루는 시장뿐 아니라 영상 상품의 공급과 수요가 일어나는 시장을 포함합니다.
질문: 2021년 광고 시장의 급성장 이유는 무엇일까
제일기획의 분석에 따르면 2021년 한국 광고시장은 전년도 대비 20.4% 성장했습니다. 제일기획이 1973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고 성장률입니다. 한국만이 아닙니다. 2021년 세계 광고시장 성장률은 15.6%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높은 성장률은 아니지만 2022년에도 광고시장의 강력한 성장세는 이어질 전망입니다. 광고 인벤토리(inventory)를 제공하는 광고 공급자 모두에게 황금기가 찾아온 것입니다. (물론 낡은 네트워크 광고를 아직도 제공하는 한국 다수 언론사는 이 황금기의 단맛을 아주 조금 맛보고 있습니다.) 보다 깊게 살펴봐야할 부분은 광고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는 이유입니다.

이커머스의 팽창과 이커머스의 광고비 지출 폭증
코로나 팬데믹이 세계 커머스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은 Exciting f(x)에서 반복적으로 말씀드렸습니다. 이커머스 침투율(penetration)-전체 리테일 시장에서 이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특히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에서 급등했습니다. 이커머스 침투율이 50%를 넘어선 중국은 말할 것도 없이 동남아시아, 터키 등 아시아는 이커머스 성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침투율이 상승하면서 크게 두 가지 변화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광고 시장의 팽창입니다. 마켓플레이스냐 DTC냐 구별없이 이커머스 기업은 매우 강력한 광고주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실까요. 미국 (예측) 사례입니다만 경향성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커머스 기업의 광고비 지출의 성장률-빨간색-이 매우 큽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락다운(lockdown)이 극에 달했던 2020년 이커머스 기업의 광고비 지출은 전년 대비 49.8%가 성장합니다. 전체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이커머스 기업의 광고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파란선-도 2020년 12.3%를 기록했고 그 비중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2021년 아마존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최대 광고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는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이커머스 기업의 비중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변화는 (디지털) 광고 목표의 우선 순위 변화입니다. 도달(reach)에서 타겟팅(targeting)과 전환(conversion)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합니다. 도달과 타겟팅 그 자체에도 두 개의 작지 않은 변화가 발생합니다. 첫 째는 브랜드 세이프티(Safety) 강화이며 두 번째 변화는 (디지털) 개인정보(privacy) 강화에 따른 서드파티 (쿠기) 데이터 수집 제한에 따른 타겟팅 기술의 패러다임 변화입니다.
도달 그 자체가 중요한 시대는 끝나가고 있습니다. 도달 지점과 도달 문맥이 더욱 중요해 지고 있습니다. 브랜드 A의 광고가 유튜브 채널 중 극단적인 정치 채널이나 증오와 욕설이 가득찬 영상 앞에 위치해 있다고 가정해 보십시요. 브랜드 입장에서 매우 큰 부정 효과를 감내해야 합니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서 브랜드 세이프티를 강조하는 배경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네트워크 광고는 매우 낡은 모델일뿐 아니라 브랜드 세이프티에 치명적입니다. 아래는 조선닷컴에 붙은 네트워크 광고입니다. "역대급 글래머럿 몸"과 "마켓컬리"가 함께 보여지고 있습니다. "마켓컬리" 광고와 "정정한 70살 할아버지, 20살 미소녀와 결혼" 광고가 동일 공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마켓컬리 임원진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켓컬리 퍼포먼스 마케팅 조직에서 보고하는 다양한 수치에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브랜드 세이프티 강조는 (미국의 경우) 고급 콘텐츠 (니치) 미디어와 광고주의 협업 강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후술합니다-. 2022년 SXSW에서도 유사한 흐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두 세션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아래 Omny.fm 링크를 통해 발표와 토론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타겟팅 또한 패러다임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애플이 iOS에서 서드파티 쿠키 수집을 차단했고, 구글은 안드로이드와 크롬에서 2024년 서드 파티 쿠키 수집을 차단합니다. 서드 파티 쿠키가 사라졌다고 타겟팅 광고가 죽지 않습니다. 퍼스트 파티(First-party)와 로그인 데이터에 기반한 타겟팅 광고 시장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퍼스트 파티 데이터 수집과 이에 기초한 광고 상품을 제공하고 있는 대표적 미디어는 디즈니와 NBCUniversal입니다. 두 미디어 기업이 구글, 메타 그리고 아마존과 경쟁하기 위해 어떻게 준비해 왔는지 아래 두 기사는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디즈니와 NBCUniversal은 퍼스트 파티 데이터 기반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 조직, (2) 데이터 수집, (3) 광고 기술 스택 측면에서 수년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 왔습니다. 그 결과 디즈니는 Disney Audience Graph라는 타겟팅 광고 상품 기술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디즈니+가 광고 기반 무료 OTT 서비스-FAST-를 미국에서 시작하는 의미를 해석해야 합니다. FAST 플랫폼을 디즈니가 미국 시장을 넘어서 제공하는 것은 작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나아가 넷플릭스는 FAST 플랫폼으로 가기 위한 기술 준비가 매우 부족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고 한국 시장에서도 FAST 플랫폼이 가능하다라고 주장하시는 분은 2010년대 미디어 산업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뉴욕타임즈, 가디언, 애틀란틱 등 유료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디어 또한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구독 서비스는 쿠키 데이터가 아닌 로그인 데이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보다 정확한 타겟팅을 제공할 기초 능력을 가졌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광고주를 설득할 기술 기반도 그만큼 탄탄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구매 전환 시공간의 변화
디지털 광고에서 2010년대 중요한 것은 (1) 도달(awareness)과 (2) (서드 파티 기반) 타겟팅이었다면 2020년대 중요성을 가지는 것은 (1) (퍼스트 파티 기반) 타겟팅과 (2) 구매 전환(conversion) 입니다.
2010년대에도 이커머스가 존재했지만 그 침투율이 낮었기 때문에 구매가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공간은 오프라인이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매출을 발생시키기 위해 광고주는 아래 그림처럼 오프라인 매장/매대와 아무런 접촉점이 없는 미디어에 광고를 대량으로 집행했습니다.

이커머스 침투율이 증가한다는 것은 아래 그럼처럼 오프라인 매대 중 일부가 디지털 공간으로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광고주 입장에서 디지털 공간의 매대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광고에 대한 기대치도 달라지게 됩니다. 보다 정교한 타겟팅과 이에 기반한 구매 전환을 디지털 공간에서 요구하게 됩니다. 디지털 마케팅의 역할이 이렇게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구매 전환에 강한 미디어: 고급 콘텐츠 미디어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아틀란틱(the Atlantic) 대표 니콜라스 톰슨(Nicholas Thompson)은 2022년 SXSW에서 뉴욕타임스가 단어 게임(wordle)과 요리법/레시피에 대한 구독상품을 "천재적인(ingenious)" 발상이라고 칭찬하고 있습니다. 니콜라스는 "뉴욕타임스는 뉴스에 대해 지불의사를 가진 사람이 충분히 많지 않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뉴욕타임스는 그렇다면 무엇으로 독자를 뉴욕타임스에 묶어 놓을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 질문을 던진 것입니다"라며 라이프스타일 섹션 강화 배경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유료 구독 서비스도 제공하지만 라이프스타일 섹션 콘텐츠에서 구매로 직접 연결하고 있습니다. 대표 사례는 와이어커터(Wirecutter)입니다. 아래 기사에서 구매 사이트 연결은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또 다른 사례는 버슬 디지털 그룹(Bustle Digital Group)입니다. 버슬(Bustle)은 지속적으로 버티컬 미디디어를 인수해 오고 있습니다. BDG는 육아 미디어 Romper의 성공에 머룰지 않고 2021년 (고급) 육아 미디어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 Scary Mommy, Fatherly, the Dad를 인수합니다. CRM이 통합되면서 타겟팅을 정교화하고 육아 미디어 모두에 구매 전환을 매끄럽게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그리고 틱톡의 크리에이터는 2010년대와 다른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막강한 퍼널(funnel) 파워를 타 브랜드를 부각시키기 보다는 자기 브랜드를 만들어 이곳으로 전환을 이루어내고 있습니다.


혁신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조직 구조 필요
미디어의 수익구조는 유료 구독이냐 광고냐 등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두 가지 모두가 필요합니다. 나아가 메타버스, NFT 등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경우 이를 작게나마 실험할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광고주의 요구 사항이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미디어 기업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2010년대를 풍미했던 버즈피드(Buzzfeed) 모델은 그 수명을 다했습니다. 버즈피드 모델은 가능한 넓은 퍼널을 만들고 이를 통해 광고 매출을 올리는 방식입니다. 가능한 넓은 퍼널을 만들다 보니 이를 통해 수집된 타겟팅 데이터는 매우 제한적으로 활용되었습니다. 버즈피드는 광고 매출로 올린 수익금을 전통 저널리즘 프로젝트인 버즈피드 뉴스(Buzzfeed News)의 재원으로 활용했습니다. 도달 중심의 광고 매출이 하락하자 버즈피드는 버즈피드 뉴스 직원을 해고하고 있습니다. Tasty 등 일부 버티컬 미디어가 살아남고 있지만 트래픽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가능한 빨리 벗어나는 체질 개선이 버즈피드에 필요합니다.

2020년대 미디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정답이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미디어 소비 환경, 광고 환경, 리테일/이커머스 환경 등의 변화 방향을 수용할 수 있는 조직 혁신 능력이 담보될 때 그 정답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2020년대 미디어 산업의 방향을 고민하고 토론하는 장을 마련했습니다. <미디어 세 판 짜기> 세미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세미나 신청이 가능합니다.
